인공지능(AI) 에이전트 전문기업 와이즈넛이 이달 중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오는 9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수요예측 후 공모가액이 산정되면 오는 15일 기관과 일반청약을 거친 후 상장한다.
와이즈넛은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지난 3일까지 총 4번에 걸쳐 정정했다. 금융감독원이 와이즈넛이 내놓은 미래 실적 전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한 탓이다.
정정 요구는 와이즈넛이 극적인 실적개선 전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내년까지 매출액을 2배 이상 늘리고, 영업이익은 10배 넘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근거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지난해 추정 매출액 375억원, 영업이익 21억원을 제시하면서, 2026년 매출액 835억원, 영업이익 238억원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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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업계 드문 '흑자기업'…재무구조 '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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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넛은 자연어처리 원천기술을 이용한 챗봇과 검색엔진 등의 솔루션 판매 및 유지보수를 주요 사업으로 한다. 사업부문은 AI, 검색, 빅데이터, 클라우드서비스, 광고서비스 등으로 나뉘며 강점은 11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상장을 준비하면서 산업분류와 사업 내용을 기준으로 비교 대상 유사기업으로 상장사 21곳을 제시했다. 이중 지난해 3분기 기준 1년간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5곳에 불과했다. 연말에 수익이 몰리는 SW(소프트웨어)사업의 계절적 특성을 고려해 2023년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4곳에 그친다.
재무건전성도 우수하다. 지난해 9월말 연결 기준 총자산 533억원, 부채 68억원, 순자산 465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도 매입 채무, 급여 부채 등 경영과정에서 발생하는 것뿐이라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유동성도 풍부하다. 보유현금(현금+단기금융상품)만 388억원에 달한다.
부문별로는 AI 부문 매출이 지난해 87억원에서 내년 302억원으로 늘 것으로 봤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기존 솔루션 라이선스 비용 대비 약 3~4배 정도의 라이선스 비용을 받겠다는 구상이다. 검색 사업은 매출이 151억원에서 202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프로젝트 건수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가를 올려 받겠다는 계산이다. 빅데이터 사업은 매출이 13억원에서 57억원으로 증가한다고 봤다.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빅데이터 분석 모델을 제공해 기존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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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영업익 10배 전망…업계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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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와이즈넛이 제시한 내년 영업이익이 10배 전망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매출 확대 배경을 신규 고객 유치보다 기존 고객에 대한 단가 상승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관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초고속 성장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와이즈넛은 예상 매출을 과거 실현율 기준으로 계약확정(100%), 수주확정(92%), 수주우위(75%), 사업확정(56%), 계획수립(36%) 등으로 분류했다. 내년 예상 매출액 835억원 중 계약 확정은 23억원(유지보수), 수주 확정은 8억원(빅데이터)에 그친다. 이외 수주우위 124억원, 사업확정 92억원, 계획수립 489억원 등이다.
결국 미래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는 고객사별 수주건수는 지난해 1.9건에서 2026년 1.7건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면서도 단가 상승에 따른 매출 확대를 자신했다. 와이즈넛은 공공기관과 일반기업 모두와 거래하고 있으며 신규 매출은 연간 15~2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SW사업을 하는 상장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급단가를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해당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독점적이고 필요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물가상승률 정도만 반영해주는 것이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와이즈넛은 핵심역량으로 챗봇의 정확도를 높이는 생성형AI 관련 원천기술을 꼽았다. 답변의 생성 정확도를 높여 기존 솔루션 대비 3~4배의 비용을 받겠다는 취지다. 검색과 빅데이터 사업의 매출 확대도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생성형AI 수요가 높은 기업에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은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챗봇 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체의 기술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럽다"면서도 "현재는 생성형AI와 LLM 관련 기업이 많아져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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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170만주->90만주로 변경...희망공모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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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넛이 현재 공모가 하단 기준으로 상장하면 시가총액 3129억원으로 거래를 시작한다. 이는 지난해말 기준 비교기업 21개 중 엠로와 한글과컴퓨터에 이어 세번째다. 눈길이 가는 점은 이 회사가 4차례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는 과정에서 공모주식수를 기존 170만주에서 90만주로 줄이면서도 희망공모가는 유지했다는 점이다.
와이즈넛은 지난해 11월 첫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일반공모를 통해 170만주를 모집하기로 했다. 희망공모가 하단 기준 408억원 규모다. 이 자금은 회사에 유입되는 자금이다. 이후 세번째로 증권신고서를 정정한 12월 24일 공모주식수를 90만주로 줄였다. 이에 따라 공모금액도 216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공모 규모를 줄이면서도 희망공모가는 그대로 유지했다. 희망공고가는 내년 추청당기순익의 현재가치(135억원)에 피어그룹 평균 PER(35.61배)를 곱한 값(4807억원)에서 29.08~34.53%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와이즈넛이 공모자금을 줄이면서도 공모가는 유지한 배경은 이미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오랜 투자자에 대한 액시트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와이즈넛은 2000년 설립 초기 솔본벤처스와 삼성SDS, 삼성증권, 삼성생명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2001년 기준 자본금 103억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최대주주는 윤여걸 대표로 지분 22.25%를 보유했으며 2대 주주는 솔본인베스트먼트로 지분 15.84%를 보유했다. 소액주주는 1565명이 지분 30.36%를 나눠 가지고 있다.
다만 이는 상장 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 후 즉시 유통 물량 870만여주로 이는 전체 주식 대비 66.97%에 달하기 때문이다. 와이즈넛 관계자는 "미래 실적 전망에 대한 자세한 설명 요청이 있어 증권신고서를 정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영 기자 pgy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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