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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타이어 극한 실험"…'세계 최고' 품질 만들다[한국의 신기술 전진기지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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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에 들어선 한국타이어 '테크노링'

축구장 125개 크기…아시아 최대규모 자랑

시속 250㎞ 고속로 등 13개 시험로 구비

매일 10여개에서 수십 개 타이어 테스트

글로벌 톱티어 향한 조현범의 혁신 실험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최고 수준 타이어 개발 위해 노력

향후 겨울용 인도어 시험장 설치도 목표

뉴시스

[서울=뉴시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충남 태안에 아시아 최대 규모로 조성한 타이어 테스트 트랙 '한국테크노링' 전경. (사진=한국타이어 제공) 2024.12.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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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본사가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차를 타고 서해안고속도로를 2시간여 달리자, 드넓은 벌판이 나왔다. 서해와 맞닿은 충남 태안군 간척지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바다에 만든 땅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조금 더 달리자 길게 뻗은 수평선과 논밭 너머로 난데 없이 관제탑이 나타났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타이어 기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지난 2022년 준공한 타이어 시험장 '한국테크노링'이다.

관계자 안내로 관제탑에 오르자, 축구장 125개 크기의 거대한 시험장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지어진 한국테크노링에는 최고 시속 250㎞로 달릴 수 있는 주회로와 젖은 노면 주행로, 급선회 주행로 등 다양한 시험로가 13개나 구비돼 있다.

관제탑은 테크노링 전체 시설을 관리·감독하는 지휘부로 시설 가동 중에는 항상 모니터링 요원이 상주한다. 각 코스에 차량이 진입할 때마다 항상 운전자와 관제탑이 교신하고,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고기현 한국타이어 테크노링운영팀장은 "트랙 운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모든 운전자를 대상으로 주행 전 음주 검사를 포함한 신체검사를 하고, 이를 통과해야 주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크노링에서 동시에 시험 가능한 차량은 최대 50대에 이른다.

시험할 수 있는 타이어도 승용차부터, SUV, 픽업트럭, 사용차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타이어는 자체적으로 다양한 차종으로 구성된 60여대를 운용하며, 각종 타이어 시험을 하고 있다.

이곳에선 매일 매일 적게는 10여개, 많을 땐 수십 개에 이르는 타이어가 트랙을 달리며 극한의 상황을 시험한다.

이날 실제로 현장 직원 도움을 받아 한국타이어의 고성능 퍼포먼스 제품인 '벤투스 S1 에보 3'를 장착한 아반떼 N을 타고 직접 트랙을 달려보니 타이어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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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뉴시스] 유희석 기자 = 충남 태안에 있는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시험장 한국테크노링 내 실제 주행 모습. 2024.12.30 photo@newsis.com



조수석에 앉았지만, 꼬불꼬불 이어진 트랙을 빠른 속도로 돌 때마다 타이어가 차체를 강하게 잡아준다는 느낌을 생생하게 받았다. 핸들을 급하게 꺾어도 타이어가 차체를 잡아 가속 성능이 줄지 않았고, 시속 200㎞에서도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테크노링 소속 드라이버들은 매일 적으면 3~4번, 한창 바쁠 땐 7~8번까지 트랙을 돌며 타이어를 체크한다. 이렇게 모인 시험 데이터는 본사인 테크노플렉스, 중앙연구소 '한국테크노돔'으로 보내져 제품 개발에 즉각 반영된다.

테크노링 관계자는 "완성차 시험은 차체를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돌리지 않지만, 타이어 시험은 정말 극한까지 몰아붙인다"며 "완성차 시험보다 타이어 시험이 훨씬 어렵고 위험하며, 1~2년 배워서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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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 2022년 5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한국테크노링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타이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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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톱티어 향한 조현범의 혁신

한국타이어의 목표는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미쉐린·브릿지스톤·콘티넨털 등 세계적인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한국테크노링은 이를 위한 한국타이어 R&D의 최종 관문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글로벌 콘트롤타워인 본사 '테크노플렉스'를 필두로, 하이테크 연구소 '한국테크노돔', 아시아 최대 규모 타이어 테스트 트랙 '한국테크노링을 가동하고 있다. 이어 미국·유럽·중국 테크니컬 센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R&D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테크노플렉스는 중장기 전략과 혁신 상품 기획을 담당하고, 한국테크노돔은 타이어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하며 한국테크노링은 생산 현장과 긴밀히 협력하는 최종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유기적 인프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타이어 제품이 탄생한다.

한국타이어가 이처럼 촘촘한 혁신 인프라을 구축한 배경에는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절박함이 자리한다.

조 회장은 급변하는 모빌리티 환경에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세계 최고 품질의 타이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R&D 성과로 한국타이어는 현재 현대차그룹은 물론 포르쉐·메르세데스-벤츠·BMW 등 50여개 완성차 브랜드, 280여개 차종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또 현대로템이 개발한 방산용 다목적 무인 차량에 에어리스 타이어를 공급하는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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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뉴시스] 유희석 기자 = 충남 태안에 있는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테스트 기지 한국타이어링 내 관제탑에서 임재헌 한국타이어 연구개발혁신총괄 상무가 향후 계획와 목표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4.12.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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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용 인도어 시험장도 갖출 것"

"테크노링 같은 자체 시험장을 보유한다는 것은 타이어 업체로서는 대단히 큰 강점이다. 팔로워가 아닌 리딩 컴퍼니로서 독자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에서 시험하고, 분석해 완성차가 요구하는 성능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

테크노링 사무실에서 만난 임재헌 한국타이어 연구개발혁신총괄 상무는 테크노링 존재 가치를 이렇게 말했다.

임 상무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이전에는 주로 스페인 소재 이디아다(IDIADA) 시험장을 사용했지만 임대료도 비싸고, 거리도 멀어 마음껏 시험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며 "테크노링에서 다양한 노면 특성을 직접 구현하는데, 심지어 젖은 도로 위 물의 양까지 달리하며 제동이나 핸들링 성능을 시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상무는 향후 테크노링에서 1년 내내 겨울용 타이어 개발을 할 수 있는 인도어 시설까지 마련하는 큰 그림을 갖고 있다. 일종의 타이어 스키장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도 핀란드 이발로에서 겨울용 타이어 전용 시험장을 운용 중이지만, 역시 겨울에만 이용 가능한 제약이 있다.

임 상무는 "겨울용 타이어 인도어 시험장이 생기면 지금은 핀란드에 가서 해야 하는 일을 여기서 모두 할 수 있게 된다"며 "그 시설 자체가 비용 초기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훨씬 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경쟁사보다 항상 더 높은 성능의 타이어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전기차 타이어의 경우 지금 아이온이라는 상품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차차기 상품까지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한국타이어의 이처럼 진정성 있는 연구개발은 소비자들이 한국타이어를 더이상 가성비 제품으로 보지 않고, 성능을 보고 선택할 정도로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su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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