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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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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대치서 ‘반토막’난 4분기 실적…“메모리는 정체, 파운드리 적자만 2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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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삼성전자 서초 사옥의 모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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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앞서 증권업계에서 추정한 전망치(8조5000억원)을 크게 하회하는 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4분기 영업이익 12조원대가 예상됐지만, 점점 눈높이가 낮아지며 8조원대로 하향조정됐으나 이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내 증권가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과 관련해 “현재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 “바닥을 찍었다” 등의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올해 1분기와 2분기 역시 반도체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도 나와 상반기 내내 실적 부진에 시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올해 구형 D램 시장에서 중국 시장의 공급량이 전년보다 50% 이상 늘면서 범용 D램 시장에서의 출혈이 더 커질 가능성도 높다.

8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5%, 영업이익은 130.5% 증가했지만, 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5.18%, 영업이익은 29.19% 줄어든 수치다.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 2조원대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가전 등 대부분의 사업부가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사들의 사업부별 영업이익 추정치를 종합해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3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전기보다 소폭 감소했다. 메모리사업부가 여전히 5조원대의 영업이익에 정체돼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의 적자가 2조원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발목을 붙잡은 것으로 보인다. HBM과 서버용 DDR5를 제외한 PC, 모바일을 중심으로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다시 시작되며 범용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D램, 낸드플래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 하락세의 영향이 삼성전자에 집중된 영향이 크다. D램 가격은 작년 8월과 9월 각각 2.38%, 17.07% 하락한 뒤 같은 해 11월 20.59% 급락했다. 작년 1월 1.80 달러를 기록했던 D램 가격은 작년 12월 기준 25% 떨어졌다. 낸드플래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말 메모리카드·USB향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 가격은 2.08 달러로 전월(2.16 달러) 대비 3.48% 하락했다. 낸드 가격은 작년 1월 4.72 달러에서 작년 12월 기준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 일회성 비용이 많이 반영되었던 만큼 4분기는 이익 측면의 개선을 기대했으나 수요 양극화가 지속되며 어려운 업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DS부문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4분기 D램 비트그로스는 전분기 대비 7% 감소하고 평균거래가격(ASP)는 1% 상승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낸드 역시 비트그로스는 -4%, ASP는 7% 수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 상승이 전사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비메모리 부문은 가동률 하락과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인해 2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디스플레이도 시장 경쟁 심화와 고정비 증가로 전분기 대비 33% 감소한 1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와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DA사업부도 각각 2조원대, 5000억~6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스마트폰 판매 둔화와 폴더블 신제품 출시 효과 소멸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0% 수준 역성장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전 사업 역시 주요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특히 MX사업부의 수익성에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에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북미에서 애플의 공세에 밀려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는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의 공세에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대비 6.2% 성장했지만, 신흥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이뤄져 중국 기업들이 수혜를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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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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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실적이 기대치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4분기에 반도체 부문에 연구개발(R&D)과 관련한 투자가 대대적으로 단행됐으며 기술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많은 비용을 발생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만 볼 순 없다”며 “매출액 역시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였던 300조원에 다시 근접하면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실적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반도체 부문에서의 출혈이 올해 1분기부터는 줄어들 것으로 관측하는 분석과 상반기 내내 침체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립한다. 박유악 연구원은 “D램은 유통 재고 건전화와 5세대 HBM(HBM3E)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하면서 2분기부터 실적 반등에 나설 전망이 며, 파운드리는 엑시노스 및 CIS 가동률 상승에 따라 영업적자가 축소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수림 연구원은 “HBM 비중 증가에 따라 D램의 평균거래가격은 보합세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지만 낸드의 경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에 적잖은 기여를 했던 기업용 SSD(eSSD)도 아직까지는 가격 방어가 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디스플레이 부문의 영업이익도 애플향 OLED 패널 공급 경쟁이 심화하면서 매출, 영업이익 모두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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