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리 르펜(왼쪽에서 두 번째)의 생전 모습./AP 연합뉴스 |
프랑스 극우 정치의 상징적 인물인 장마리 르펜이 7일 9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는 1972년 프랑스의 첫 극우 정당으로 평가되는 국민전선(FN)을 창당해 40여 년간 이끌어 온 인물이다. FN은 2018년 기존의 노선을 일부 수정하면서 국민연합(RN)이 됐고, 현재 그의 딸인 마린 르펜이 RN의 실질적 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지병이 악화해 입원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린 르펜 등 유족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장마리 르펜은 1928년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의 가난한 어부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조업 중 배가 기뢰에 부딪혀 폭사했다. 10대 후반에 당시 독일 나치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운동 조직에 가입하려다 공산주의 성향의 조직 지도자에게 거절당한 뒤, 극우 사상에 경도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공수부대 소속으로 알제리 독립 전쟁에 참전했고 이후 파리 2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정계 진출 초기 그는 극단적 민족·인종주의 노선으로 외면받았다. 중동·아프리카·아시아인을 ‘열등한 인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 반이민, 반유럽연합(EU), 반세계화 등에 대한 도발적 발언으로 주목받았고, 1990년대 급부상하기 시작해 대선에도 총 5차례 출마했다. 특히 2002년 대선에서 극우 성향 후보 최초로 결선에 진출, 당시 공화당 후보로 나선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맞붙어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의 극우 성향 정치인들의 모델이 됐다.
딸 마린 르펜과의 사이는 좋지 못했다. 마린 르펜은 2011년 2월 아버지에게 당권을 물려받은 뒤 아버지의 극단적 사상을 비판하고, 그 주변 인물들을 당에서 내쫓았다. 아버지 르펜도 이에 반발해 딸을 직간접적으로 비판해 왔다. 마린 르펜은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프랑스 극우 정치의 대중화에 성공, 2017년과 2022년 두 차례 대선 결선까지 진출해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과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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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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