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성·필요성·긴급성 등 요건 충족해야 긴급체포 가능
"당시 피의자 도주 우려 및 증거인멸 없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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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뉴스1) 양희문 기자 = 베란다를 통해 여성의 집을 몰래 훔쳐보다가 적발된 40대 성범죄자에 대해 경찰이 긴급체포를 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경찰 방문 당시 피의자가 혐의를 자백한 데다 임의동행에도 순순히 임했기 때문에 긴급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리한 긴급체포는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당할 확률이 높은데, 이럴 경우 경찰이 과도한 공권력을 집행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7일 경기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40대 남성 A 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50분께 평택시 한 아파트 1층 베란다를 통해 여성 B 씨 집을 몰래 들여다본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과정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밟고 베란다 바깥쪽으로 올라간 뒤 이중창으로 된 창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B 씨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을 때 A 씨는 현장을 벗어난 상황이었다.
탐문에 나선 경찰은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던 A 씨를 이상하게 여겨 그를 따라갔고, 피해자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을 확인했다.
A 씨는 자신의 집에 경찰이 방문하자, 그 자리에서 범행을 자백했다.
당시 경찰관은 A 씨가 반바지를 입고 있다가 긴바지로 갈아입고 나올 때 그의 한쪽 발목에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는 모습을 봤지만 긴급체포는 하지 않았다.
A 씨가 주거지에 있는 점, 임의동행에 동의한 점, 범행에 사용한 운동화를 제출한 점 등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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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긴급체포는 범죄의 중대성, 체포의 필요성, 체포의 긴급성 등 주요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단 중대성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있는 것인데, A 씨에게 적용된 혐의인 주거침입은 중대성에 해당한다.
다만 필요성과 긴급성은 A 씨에게서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보이지 않았고, 우연히 만난 것이 아니어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4월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C 씨를 경찰이 긴급체포한 사건에 대해 인권 침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당시 C 씨는 소방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부모의 집에 갔다가 출동한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경찰이 폐쇄회로(CC)TV 등 증거자료를 확보해 증거인멸 우려가 없었고, C 씨가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있는 것만으로는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긴급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헌법에서도 체포할 때는 영장이 필요하다고 명시한 만큼, 긴급체포는 헌법상 기본권 보장을 위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례다.
이 때문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A 씨를 긴급체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사건은 A 씨가 과거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였기 때문에 추가 범죄 우려를 막기 위해 긴급체포를 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긴급체포 요건 3가지를 모두 충족하지 않을 경우 피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하기 어렵다"며 "무리한 긴급체포를 할 경우 그 자체가 위법이 될 수도 있어 신중하게 적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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