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일 코나아이 대표가 최근 서울 여의도 코나아이 사옥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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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인력 확보 경쟁은 이미 국제전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IT 분야만이라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정일 코나아이 회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코나아이 사옥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IT 인력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코나아이는 전자결제·지역화페 솔루션 기업이다. 1998년 세계 최초로 교통카드 시스템을 구현했고 현재 결제, 디지털정보디스플레이(DID), 모빌리티, 블록체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중견 IT 기업이지만 인력난은 만만치 않다. 조 회장은 "국내외적으로 IT 개발 인력 수요가 급증하며 대기업들도 인력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만큼 처우를 맞춰주기 어려운 중견·중소기업들로서는 점점 IT 개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이 2012년 방글라데시 다카에 R&D센터 '코나 소프트웨어 랩'을 설립한 것도 중장기적으로 IT 인력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이곳에서는 방글라데시 현지 엔지니어 100여 명이 상주하며 차세대 전자결제 시스템 '코나 통합 플랫폼'을 개발한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필요를 충족할 원스톱 솔루션 결제 플랫폼이 방글라데시 개발자들의 손에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조 회장은 "방글라데시 인력 중 40%는 내국인보다 생산성이 높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IT 개발자들은 영어가 능숙해 최신 기술을 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초반에는 한국의 전자결제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생산성이 낮아보일 수 있지만, 이들도 근속연수가 늘수록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2010년대 들어 해외 R&D 설치를 계획하고 후보지를 물색했다. 초반에는 우크라이나,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권 국가들을 고려했다. 이들 지역 인력의 인력이 우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인력은 기술 개발 단계에서는 생산성이 높은 반면 이를 상업적으로 고도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잦은 이직도 문제였다.
이후 조 회장은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인적자원 능력, 인건비, 노사관계 등을 검토한 결과 방글라데시를 최종 낙점했다. 2012년 다카에 코나 소프트웨어 랩을 설립한 뒤 초기에는 결제 부문과 보안 부문으로 나눠 스마트카드 개인화, 공개키 기반구조(PKI) 미들웨어, 인증 기관(CA), 스마트카드 애플릿 개발 부문을 맡겼다. 2015년 한국에서 소개된 코나페이도 다카에서 개발됐다. 이를 발전시킨 선불카드 시스템 코나카드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방글라데시 센터 연구인력 규모는 코나아이 전체 연구 인력 300명 중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나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들 역시 IT 인력 몸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코나아이 방글라데시 IT 인력 급여는 처음에는 내국인의 50% 수준이지만 이들의 생산성이 높아짐에 따라 10년 차 정도 되면 내국인의 70% 수준으로 오른다. 경력을 갖춘 개발자들은 미국 기업의 아웃소싱을 받은 방글라데시 IT 기업으로 이직하고 여기에서 미국 등 본사로 입사할 기회를 노리기도 하고, 캐나다나 독일 등으로 취업이민을 준비할 수도 있다. 이런 이들을 계속 고용하기 위해서는 자연히 임금을 높일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은 "IT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방글라데시도 그렇고 동남아 국가의 IT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면서 "우리를 포함해 한국 기업들은 앞으로 해외에서도 좋은 인재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IT 인재 품귀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의 경우 저출생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이런 부담이 더 무거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은 중소·중견기업들이 IT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D 인력만큼은 대기업 수준으로 처우를 높여주고 싶어도 규제에 의해 수익 창출이 제한되다 보니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중견 IT 기업들은 R&D를 경쟁력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데, 신규 사업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게 많은 점도 제약으로 작용한다.
또 조 회장은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IT 개발 직군들은 머리가 잘 돌아갈 때와 아닐 때 생산성 편차가 매우 크다. 그래서 일이 잘될 때는 밤을 새서라도 일을 할 때가 있는데, 주 52시간제로 인해 그 흐름이 끊기곤 한다"며 "주 52시간제는 단순반복 노동자들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는 있어도 고도화된 기술 혁신이 필요한 IT업계와는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R&D 등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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