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人터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고환율 탓 中企 마진 대폭 줄어
‘산업 뿌리’ 제조기업 사라지면 큰일
주 52시간제, 제조업 현실과 달라”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만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한민국 경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업으로 굴러가고 있다”며 “조선, 반도체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에 필요한 부품들은 전부 중소기업들의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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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한 원-달러 환율은 중소기업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습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정치 안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만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70)은 최근 급등한 원-달러 환율(원화가치 하락)로 인해 고통받는 중소기업의 상황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은 1988년 로만손(현 제이에스티나)을 창업하고 제23·24·26대에 이어 제27대 중기중앙회장을 2023년 3월부터 맡고 있다.
그는 “1980년대부터 무역을 해왔다”며 “당시는 중소기업이 해외 거래처로부터 외상을 쓰는 것은 상상도 못 하던 일”이라고 했다. 지금은 한국은 물론이고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 위상이 올라가면서 외상 결제가 보편화됐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외상 결제란 해외에서 원부자재를 수입하면서 그 값을 ‘몇 개월 후에 주겠다’는 식으로 계약을 하고, 이를 추후에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에는 좋은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외상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일 때를 상정하고 원부자재 대금을 지불하기로 했던 기업이 그때 진 외상을 1400원대인 환율을 기준으로 갚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1200원에 살 수 있었던 것을 1400원대를 기준으로 사야 하기 때문에 계획보다 마진이 대폭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이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세계 경제, 정치 역학 속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진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한국의 정치 불안에 세계가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나라가 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며 “K팝 등 문화적 부분뿐만 아니라 조선, 반도체, 방산 등 한국이 앞서가는 산업이 많다”고 했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12월 게재했던 ‘성장판 닫힌 제조업 생태계’ 기획 시리즈를 잘 읽었다는 김 회장은 “2023년에 회사를 접은 어느 대표의 이야기가 가장 가슴이 아팠다”며 “원자재나 관광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한국은 뿌리 제조 기업들이 사라지면 큰일”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한국에서 제조업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주 52시간 △최저임금 △중대재해처벌법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주 52시간에 대한 대안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정치권에서는 언급하지만 그는 이것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유연근무제의 일종으로 일감이 많을 때는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일감이 적을 때는 그만큼 덜 일해 평균 근로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김 회장은 “제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납기’”라면서 “때로는 원자재 수입이 늦어지는 등 비상 상황이 생기는데, 납기 때문에 철야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납기를 지키고 수출 선적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제조업에 52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현장을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빠른 정국 안정이 중소기업계를 비롯한 한국 경제에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해 “상상을 초월한 쓰나미 같은 대미지가 몰려온 것”이라며 “기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인내외양(忍耐外揚)’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내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인 인내외양은 중소기업계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단어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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