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철 사회부국장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해 이스라엘 공군이 폭격을 가했다. 2023년 10월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불꽃과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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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팔레스타인 중앙통계국은 가자 전쟁으로 5만50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개전 이후 15개월간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거주지는 물론이고 학교와 병원, 국제기구 사무실도 가리지 않고 폭격과 총격을 퍼부은 결과다. 인종 청소에 가까운 학살이다.
그런데 학살의 잔인함에 묻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대목이 있다. 가자지역을 통치해 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어떤 목표와 전략을 갖고 전쟁을 시작했느냐는 점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는 수천 발의 로켓탄 공격과 함께 글라이더와 오토바이를 타고 쳐들어가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했다. 단순한 테러로 볼 수 없는 전쟁 행위다. 개전 이유에 대해 이스라엘 극우 세력이 일으킨 테러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를 방해하기 위해서라는 견해도 있었다. 그런데 이후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반격에 제대로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했다. 지도자들은 미로 같은 땅굴로 숨어들어가 민간인들을 방패 삼아 목숨을 연명하기에 급급했다. 아무리 신성한 목적이라도 이처럼 무기력하게 민간인 희생을 방치하는 상황을 합리화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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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도 없이 전쟁 시작한 하마스
젊은 병사 사지에 투입한 김정은
경호처 직원들 뒤에 숨은 윤석열
우크라이나 특수부대(SOF)가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북한 병사를 포로로 잡았다. 2024년 12월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밀리타르니의 보도다. SOF는 북한 병사의 사진을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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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죽음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이 불과 이틀 새 1개 대대가 전멸하는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파병 전력 1만1000여 명 중 3000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는 집계도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당국이 공개한 북한군과의 교전 영상은 전투라기보다 사냥에 가까웠다. 전황과 전술에 대한 숙지 없이 사지에 내몰린 병사들은 끝없이 쫓아오는 드론 공격에 속절없이 쓰러졌다. 도대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떤 목표와 계획을 갖고 이들을 사지로 내몰았을까.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뜬금없이 발표한 비상계엄은 한국 민주주의를 45년 전으로 되돌렸다. 수사와 증언을 통해 속속 드러나는 계엄 준비 과정은 하나하나가 어이없고 분통 터질 일이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것이 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민간인 신분으로 현역 군인들을 부리며 계엄 계획을 짠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노씨가 진술을 거부하고, 군 당국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어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오물풍선에 대한 원점 타격을 주장했고, 갑자기 북한이 한국에서 무인기가 넘어와 전단을 뿌렸다며 비난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다.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수도권을 겨냥해 340여 문의 장사정포를 배치해 놓았다. 시간당 1만6000발을 쏘아댈 수 있는 전력이다. 계속 성능을 개량해 온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섞어 쏘면 우리 요격체계로 완전히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정말 원점을 타격했을 때 북한이 계엄의 명분을 줄 정도의 아주 제한적인 대응만 할 것이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혹시 계엄세력은 반국가세력 척결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닐까.
윤 대통령의 행동은 마지막까지 추하고 무책임하다. “계엄에 따른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경호처 직원들 뒤에 숨어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도 저항하고 있다. 경호처 직원들이 공권력 행사를 막다가 범법자가 되든, 말든 자신만 안전하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인 듯하다. 땅굴에 숨어 민간인들이 죽든, 다치든 아무 상관 없다는 하마스 지도자들이나 이역만리에 젊은 병사들을 보내고 자신은 안전한 곳만 찾아다니는 북한 지도자가 자꾸 떠올라 섬뜩하다.
최현철 사회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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