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림 사회부 기자 |
현장에서 만난 경찰 기동대 팀장은 “미국에서도 이러다 시민들이 의회에 난입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집회가 격해지고 긴장감이 감돈다”며 우려를 표했다. 2021년 1월6일 미 의회 의사당 난입 및 폭력 점거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공격’으로 불리며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이 사태를 들여다보면, 의회 난입의 본질은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의 대화 단절이었다. 처음에는 “선거 과정에 의문이 있다” vs “선거는 공정했다”라는 사실관계의 불일치였지만, 이것이 “당신들은 진실을 숨기고 있다” vs “당신들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라는 도덕적 불일치로 변질됐고, 마침내 “당신들과는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다”라는 존재론적 불일치로 귀결됐다.
현재 한국의 상황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부정선거다”라는 주장과 “음모론자들”이라는 반박이 충돌하며 갈등 상황은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동의가 아닌 합리적 불일치를 전제로 작동한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 “선거의 공정성을 신뢰하는 것” 모두는 민주주의 내에서 정당한 입장이다. 오히려 진정한 위험은 “의문을 제기하는 행위 자체를 비하하거나 매도하는 것”이다. 이는 민주적 토론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 정국 내내 부정선거를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계속해서 거론할 것이고, 지지자들은 이를 두고 결집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음모론이나 선거 부정 주장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대화가 불가능한 순간’, 즉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인 대화와 토론이 실종되는 그 순간이다.
이는 단순히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한국의 “STOP THE STEAL”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다. 지금,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의 끈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대한민국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예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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