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오찬회담이 끝나고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여는 말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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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6일 “모스크바(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우주 및 위성 기술 공유의 의도가 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대가로 러시아가 정찰위성 등 첨단 군사기술을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가운데, 미국 고위 당국자가 믿을 만한 정보라고 공식 확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블링컨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의 정치 상황과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한국 정부에 직접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이뤄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이미 러시아로부터 군사 장비와 훈련을 받고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수십년간의 정책을 뒤집고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용인할 가능성에 가까워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12월 말 (러시아 내 우크라이나 점령지역인) 쿠르스크에서 1천명의 북한군이 죽거나 다쳤다”며 이를 북·러 군사협력의 심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북한의 포탄과 병력뿐 아니라 중국에서 나오는 이중기술에 대한 지원”이라며 “안보에 있어 대서양과 태평양이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의 교체(20일)를 앞두고 ‘고별 방문’ 성격으로 이뤄진 이번 방한에서 블링컨 장관은 북·러 밀착으로 인한 안보 우려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12·3 내란사태와 탄핵 정국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한 일부 조치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와 직접적으로 소통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몇주는 한국 민주주의의 시험대였지만 한국 국민이 회복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한-미 동맹은 한 지도자, 한 정당, 한 정부보다 크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이 한국 정치 상황이나 트럼프 행정부 취임 뒤에도 계속될 것이라 강조한 것이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선 12·3 내란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반국가적인 (국가) 전복세력이 있다는 것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북한의 전체주의·러시아의 독재적 방법과 비슷하다”는 지적과 함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주의 옹호자라며 민주주의 정상회의까지 개최하도록 했다. 왜 윤 대통령이 이런 비민주적 권력욕이 있다는 것을 간과했느냐”는 외신 기자의 비판적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와 관련해 “제 답변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모든 국가들이 다 도전이 있는데, 이런 도전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가 중요한데, 법치에 따르고 헌법에 따르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긍정적인 대처를 볼 수 있었고, (긍정적 대처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질문을 했던 뉴욕타임스 기자는 “미국 기자들의 숙소인 하얏트 호텔 주변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트럼프 지지자들의 선거 부정 구호인 ‘스톱 더 스틸’(훔치는 것을 멈춰라)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트럼프에게 도와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며 윤 대통령의 내란 사태가 4년 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 의사당 폭동과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의 내란 사태가 세계 곳곳에서 깊어지는 민주주의 위기의 심각한 징후로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조태열 장관은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한 달 전에 일어났던 일을 이해하려면 일반적인 맥락보다는 우리 사회의 특수한 정치 문화, 한국의 민주주의가 수많은 갈등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는 한국적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우리나라는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민주화를 하고 성장을 한 모범 사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도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취약성을 안고 여기까지 왔다”며 “그런 외재적인 잠재적 요소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우리가 전혀 예기치 않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난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진행되는 와중에 북한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조 장관은 이와 관련해 “(한·미 두 나라가) 오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빈틈없는 연합방위태세와 확장억제를 통해 그 어떤 가능성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키로 했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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