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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실탄 10발씩 챙겨 선관위로"…문상호 정보사령관 구속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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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문상호 정보사령관(육군 소장·육사 50기)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 6일 구속기소했다. 이로써 계엄의 핵심 실행 세력으로 구속된 현역 군인은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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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파견 경위를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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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사령관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과 ‘부정선거 적발’을 목표로 선관위 장악 등 계엄을 사전 모의하고 정보사 요원을 선관위 체포조로 선발하는 등 계엄의 기획과 실행 전반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문 사령관은 계엄을 석 달 앞두고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김용현 전 장관에 의해 경질 위기를 벗어나 석연치 않게 유임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의 김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계엄 두 달 전인 지난해 10월 14일 문 사령관에게 “노 전 사령관 하는 일을 잘 도와라”고 지시했다. 이후 노 전 사령관은 문 사령관에게 “대규모 탈북 징후가 있으니, 임무 수행을 잘할 수 있는 인원을 선발하라”고 지시했고, 문 사령관은 그해 10월 말쯤 정보사 소속 김봉규·정성욱 대령에게 “임무 수행 요원 15~20명씩을 선발해 보고하라”고 하달했다. 두 대령이 11월 중순쯤 문 사령관에게 보고한 요원 명단 30여명은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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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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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앞서 11월 초순쯤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비상계엄 선포 시엔 선관위 전산자료를 확보하고 직원들을 체포·감금해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임무 내용을 알렸다. 당시 노 전 사령관은 “야구방망이, 니퍼, 케이블타이 등을 준비해두라”고도 지시했다.

정보사는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 등에서 선관위 장악 작전을 구체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1일 경기 안산 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과 김 대령, 정 대령을 만나 “조만간 계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인원들 대기 태세를 잘 유지하라”며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선관위로 들어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당시 노 전 사령관은 문 사령관에게 “우선 1개 팀이 먼저 선관위에 진입해 전산실을 지켜라” “(확보) 대상 명단은 나중에 주겠다” “대상자들은 한쪽에 모아둬라” 등의 구체적인 임무를 지시했다.



“인당 실탄 10발 챙겨서 선관위 대기”



정보사는 계엄 당일 바쁘게 움직였다. 검찰에 따르면 문 사령관은 “오늘 저녁 오후 9시쯤 정부 과천청사 일대에서 대기하라”는 노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 계획처장과 작전과장에게 “참모부에서 소령급으로 8명 선발하되 말귀 알아듣고 현장에서 상황 파악이 가능한 인원으로 구성해라” “전투복에 야전상의, 전투조끼, 전투모, 권총 휴대, 실탄 인당 10발 정도를 준비하라”는 문 사령관의 지시가 하달됐다. 정보사 소속 대원 10명은 당일 오후 8시 30분쯤 실탄 100발과 탄창을 지닌 채 오후 9시쯤부터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계엄 선포 직후 돌입했다.

동시에 문 사령관은 계엄 당일 오후 4시 30분쯤 북파공작원부대(HID) 5명을 포함해 36명의 요원으로 꾸려진 ‘선관위 체포조’를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로 긴급 소집해 “대통령이 오후 10시쯤 비상계엄을 선포할 것”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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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경·공·검·군 다 거친 문상호…수사권 경쟁 부작용



한편 문 사령관의 신병 확보를 두고 검·경은 수사 갈등을 빚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15일 문 사령관을 긴급체포하고 검찰에 사후승인을 요청했으나, 검찰은 이튿날 “현역 군인 신분인 점을 고려할 때 체포 주체가 (경찰·검찰이 아닌) 군경찰·군검찰이어야 적법하다”며 불승인했다. 문 사령관은 체포 하루 만에 석방됐다.

이에 경찰은 공수처법상 군검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공수처 검사에게 관련 사건을 이첩했고, 공수처는 18일 문 사령관을 다시 체포했다. 공수처는 문 사령관을 구속수사한 뒤 26일 신병을 군검찰에 이첩했다. 공수처는 현역 장성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권이 없다. 군검찰은 이를 검찰 특수본에 파견된 군검사에게 배당했다. 문 사령관의 구속기한은 이날까지다.

검찰은 ‘롯데리아 회동’ ‘판교 회동’ 등 문 사령관의 계엄 사전 모의 의혹과 관련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문 사령관의 혐의 내용을 확정하려면 사실상 상급자였던 노 전 사령관과 다른 정보사 관계자들의 추가 진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4일 경찰로부터 노 전 사령관을 구속송치받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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