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모처에서 영화 '하얼빈' 이창섭 역을 맡은 배우 이동욱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동욱은 '하얼빈'에서 독립군 이창섭 역으로 특별출연해 안중근(현빈 분)과 독립운동 방식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그림을 그려냈다. 최후까지 독립을 위해 싸우다 가는 캐릭터로 관객에게 울림을 안겼다.
이동욱은 '하얼빈'을 찍으며 "어떤 마음으로 여기에 몸을 던져서 20대 초반, 30대 초반에 목숨을 내던졌을까"라며 "나라면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었을까. 참 가늠하기 힘든 마음이라는 얘기를 배우들과 자주 나눴다"고 비화를 전했다. 아래는 이동욱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하얼빈' 이동욱 스틸컷 [사진=CJ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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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호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디테일하다. 배우에게 맡겨 놓는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꼭 한 번씩 짚어주신다. 현장에서 진지한 것 같은데 알고보면 다 웃긴 얘기 하시는 거다. 다른 작품 했던 배우들은 감독님 무섭다고 했는데 난 전혀 그렇지 않았다. '츤데레' 같은 느낌도 들었다.
◇처절한 전투 장면 촬영이 육체적으로 고되지 않았나.
의도는 명확했다. 그 시절 전투라는게 지금처럼 미사일 날리고 드론 날리지 않으니 몸으로 부딪혀야 했다. 총도 연발이 아니지 않나. 그러다 보니 백병전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 때의 치열함과 어쩔 수 없는 잔혹함이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현실이니까. 우리 독립투사들이 고된 전쟁을 치렀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던 게 감독님 마음이셨던 것 같다. 연기에 임할 땐 힘들단 생각을 별로 안 했다. 진흙을 구르고 날씨가 춥긴 했지만 힘들다는 건 딱히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촬영하기까지 과정이 힘들었다. 계속 딜레이가 되면서 마음의 부담이 생겼다. 몇 십 년 만에 와준 눈 덕에 훌륭한 장면이 탄생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다.
◇'핑계고' 속 이동욱, '욱동이'는 본인의 다른 메인 캐릭터로 자리 잡았나.
메인 캐릭터까진 아니고 서브 캐릭터. 워낙 다들 좋아해 주시니까. 지난해에도 작품상을 2연패 했다. (대상 못받아서 아쉽지 않았나)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전년도 대상 수상자로서 시상을 하는데 '봉투 안에 내 이름이 있으면 어떡하지' 싶긴 하더라. 헛된 상상을 했었다. 아쉽다기 보다는 한 번 쯤 더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욕심 내면 더 안 되는 상이라서, 언젠가 한 번 쯤은 더.
◇'핑계고'는 배우들이 작품 개봉 전 출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동욱은 그런 생각 없이 출연하지 않았나. 특별한 출연 이유가 있나.
처음엔 (유)재석이 형이 불러서 간 거다. 또 내가 예능 경험이 아예 없는 배우도 아니고 내 이름 건 토크쇼도 했었고 '강심장'도 진행했었다. 주변에 개그맨 선후배들도 많다. 평상시에도 재밌고 즐거운 걸 좋아한다. 그리고 '핑계고' 나가는 게 내 인생에 있어서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게 아니지 않나. 물론 핑계고 대상 받고는 부담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잊혀지기 마련이다. 올해도 더 웃겨 보겠다.
◇'핑계고' 스핀오프 출연 가능성은?
유재석이 진행하다가 나온 말이다. 내가 지금 시간이 안 돼서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판타지 장르를 많이 한 이동욱이라 '하얼빈' 속 캐릭터가 더 큰 대비를 이뤘다. 극단의 연기를 하는 게 즐거웠나.
재미는 너무 있다. 작품을 할 때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것 자체는 즐겁고 행복하다. 계속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창섭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수염이 가짜 같으면 어떡하지' 고민은 했다. '구미호뎐'과 촬영 시기가 약간 겹쳤는데, 그러면서 2주 사이 염색을 세 번 했다. 판타지와 현실의 이야기를 오가야 하니 '좀 버겁다, 일주일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캐릭터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은 했었다.
'하얼빈' 이동욱 스틸컷 [사진=CJ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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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의 영화 중 가장 흥행하고 있는 작품인데, 흥행에 대한 생각이나 갈증이 있었나.
물론 있고 항상 (흥행을) 바란다. 영화는 단체로 하는 일이지 않나. 잘 되는게 꼭 내게만 좋은 일이 아니다. 참여한 감독님과 스태프, 제작자, 투자하신 분들도 마찬가지다. 흥행하고 잘 돼야 좋은 자양분이 된다. 그건 내게 중요한 부분이다. '하얼빈'은 아니지만, 다른 작품은 맨 앞에서 얼굴을 내밀어야 했다. 그 분들의 몫까지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흥행이라는 건 내가 바라는 대로 될 순 없는거고. '하얼빈'이 잘 돼서 기쁘다. 현빈이 열심히 해야죠.
◇최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5천만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부러 1월 4일에 했다.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이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조금씩 희미해질 것 같아서 한 번 더 리마인드 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나의 작은 마음이다. 나보다 더 많이 기부하는 분도 계신데 기사가 나와서 굉장히 쑥쓰럽다. 하지만 내 기부를 통해 다른 분들에게 이 마음이 전해지고 또 다른 기부로 이어진다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
◇실제 일제강점기였다면 독립운동을 했을 것인가. 배우들도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들었다.
많은 얘기 하다 나온 결론이 '이런 상황이면 독립운동 하는거 진짜 쉽지 않겠다'였다. 연기를 하고 있지만 감히 잘 상상이 안 되는 거다. 어떤 마음으로 여기에 몸을 던져서 20대 초반, 30대 초반에 목숨을 내던졌을까. 나 20대 초반엔 뭐 했지 싶었다. 가늠하기 힘든 마음이라는 대화를 자주 나눴다. 내가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었을까. 너무 겁나고 무서웠을 것 같은데.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또 많이 변하지 않은 듯 하다. 많은 대중에게 독립운동의 의미, 광복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광복 100주년이 되면 훨씬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길 바라본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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