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이 나오는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있다. /사진=이찬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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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3박4일 폭설이 내리는 악천후에서도 투쟁하는데 공수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통령님 힘내세요."
6일 오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에 모인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권한을 경찰에 넘긴다고 밝히면서다.
우박이 섞인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윤 대통령 지지자 1만5000명(경찰 추산) 은 '대통령을 지켜내자'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밤부터 보수단체 회원들은 국제루터교회 앞 한남대로 상행선차로에 천막을 치고 밤을 새웠다. 이날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맡긴다는 보도가 전해진 후에 집회 분위기를 달아 올랐다.
보수단체측은 지상 약 3m 높이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윤 대통령이 나오는 영상을 틀었다. 대통령실 합창단이 합창곡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부르는 영상으로 윤 대통령과 이관섭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출연했다.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우박이 섞인 굵은 빗방울이 내렸지만 지지자들은 우비를 입은 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영상을 시청했다. 지지자들은 '대통령님 이거 듣고 힘내세요'라며 호응했다. 연단에 선 사회자는 '건희 형수도 빨리 오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단체 집회에선 2030 지지자를 중심으로 연단에 올라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주장한 부정투표 의혹, 계엄의 합법성 등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오전 8시 기준 7000명이었던 보수단체 집회 참여자는 날이 밝으며 점차 늘어나 이날 오전 11시 기준 경찰 추산 1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6일 오전 서울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이 나오는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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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가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을 맡긴다는 보도가 전해진 직후에는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연단에 선 남성은 "우리가 공수처놈들이 쳐들어오면 막으려고 기다렸는데 이번엔 우리가 공수처를 꺾었다"며 "우리가 함께 해주자"고 외쳤다. 지지자들은 '윤석열'을 연호하며 화답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은 국제루터교회 앞 한남대로에 천막을 치고 밤을 지샜다. 충남 보령에서 왔다는 공모씨(74)는 전날 밤 10시에 한남동에 도착했다. 공씨는 "오늘 새벽 6시에 공수처가 온다고 해서 천막에서 여벌 양말 하나로 버텼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무릎 인공관절 수술한 지 6개월밖에 안 됐지만 나왔다"고 했다.
김모씨(70)는 "춥고 힘들었지만 몸에서 열이 났다"며 "우리는 목숨을 내놓고 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참가자들이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구속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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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버스로 차벽을 세워 보수 단체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이 주축이된 진보단체 집회 구역을 분리했다. 보수단체 집회 구역에서 약 200m 떨어진 한남대로 상에서 탄핵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밤을 새웠다. 이날 오전엔 집회 참여자가 늘어 약 500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지켰다. 날이 밝으면서 진보단체 집회 참여자수는 줄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공수처의 행태를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전 이곳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상행동 공동의장인 이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우리는 3박4일 폭설이 내리는 악천후에서도 투쟁을 이어갔다"며 "고작 5시간 체포영장 집행 시늉만 하고 떠난 공수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했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관용 없는 영장 집행을 요구한다"며 "대통령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다면 경호처장을 포함한 관계자 전원을 체포하고 그 책임도 엄중히 물어달라"고 했다.
비상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영장을 받아 놓고 집행도 못한 공수처를 규탄한다"며 "이제와서 공수처가 집행권한을 경찰에 넘긴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적법한 법원 영장을 들고도 단 한번 체포시도에 그친 공수처의 무능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경호처는 직원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우지 말고 체포영장 집행에 응해라"라고 했다.
비상행동 집회에 참석한 이모씨(45)는 "마지막 날 공수처가 경찰에 권한을 넘기는 것은 좀 무리한 것 같다"며 "시기가 늦었다"고 했다.
한모씨(52)는 "처음부터 수사할 능력이 없었으면 진작에 넘겼어야지 주말에 아무 것도 안 하다가 마지막 날 넘긴게 아쉽다"며 "공수처장의 무능함이 드러난 것 같다"고 했다.
현재 한남대로는 대통령 관저와 가까운 상행 구간에서 양측의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마지막 날인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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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송정현 기자 junghyun792@mt.co.kr 이찬종 기자 coldbel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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