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한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 인근에서 시민들이 은박 담요를 몸에 덮고 윤 대통령 체포 및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만료일인 6일 체포영장 집행 관련 업무를 경찰에 넘기겠다고 밝히면서 공수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주말 내내 대통령 관저 앞에서 밤새 눈을 맞으며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해 온 시민들은 공수처의 행태를 ‘희망고문’에 비유하며 분노했다.
윤 대통령 체포·탄핵을 촉구하는 시민 500여명은 전날부터 밤을 새우며 농성장을 지켰다. 추위에 보온 은박지를 칭칭 감은 시민들은 앉아서 졸거나 흘러나오는 케이팝(K-pop)에 맞춰 춤을 췄다. 이어진 철야농성에 개인 텐트를 설치한 사람들도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밤새 농성장을 돌아다니며 야외에 오래 머문 시민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넘겼다는 소식이 들리자 농성장에서는 한숨과 비판이 쏟아졌다. 첫차를 타고 농성장에 도착했다는 민모씨(22)는 “집에 있으면 마음이 더 불편해서 해가 뜨기 전에 나왔다”며 “오늘이 평일인데도 시민들은 자기 할 일을 제치고 나왔는데 공수처는 뭘 하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 토요일 관저 앞에서 밤을 새우고 이날 다시 찾아온 이용덕씨(64)은 “오늘이야말로 공수처가 결단을 내릴 줄 알았는데 오늘 아침 뉴스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는 “밖에서 밤을 새우는 것은 국민으로서 목소리 내기 위한 거라 힘들어도 괜찮지만 영장 집행조차 못 하는 걸 보니 대한민국이 무법천지가 된 것 같아 손주들이 살아갈 나라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보온 은박지를 몸에 두른 김지연씨(22)는 “지난 3일 공수처가 영장 집행을 못 하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솔직히 실망해서 힘이 빠지기도 했는데 오늘은 집행을 아예 포기한 걸 보고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이광열씨(54)는 “경찰도 공수처도 경호처를 뚫지 못하겠다면 국민들이 나서겠다는 심정으로 집회에 나왔다”며 “공수처든 경찰이든 공권력이 잘못된 것들을 빨리 되돌려 놓아야 시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더 나은 사회’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공수처가 영장 집행을 경찰에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공분이 쏟아졌다. 엑스(X·옛 트위터)의 한 누리꾼은 “영장 발부 전에는 서로 수사한다고 싸우더니 집행 시한 마지막 날 이러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공수처는) 능력도 없으면서 시간을 끌어 전 국민을 희망 고문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적법한 법원의 영장을 들고도 단 한 번의 체포시도에 그쳤던 공수처의 무능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수처의 무능함과 우유부단함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수처는 5시간짜리 생색내기 집행 끝에 윤석열 체포를 포기했지만 주권자인 시민들은 영하의 날씨와 눈보라를 뚫고 57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고 했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의 연대는 이어졌다. 지난 4일부터 농성장에서 밤을 새웠다는 손윤이씨(57)는 “여기 있는 국민은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자리를 지킨다. 밥 먹는 것도 까먹어서 사람들이 김밥을 가져다줘야 겨우 먹는다”며 “자리를 지키는 청년들을 보면서 그나마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4시에 농성장에 급히 도착했다는 80대·50대 모녀는 “밤에 잠도 못 자고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을 보니 안쓰럽고, 현장에 먹을 게 없다고 해서 주먹밥을 몇백인 분 준비해서 가져왔다”고 말했다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 구속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성동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