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무력하고 평등…진짜 부자도 없어"
거듭된 침체로 '1억 총중류' 신화에 균열
경제학자 나리타 유스케. 사이버에이전트캐피털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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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나리타 유스케는 5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일본은 권력자가 없는 나라"라고 주장했다. 나리타는 일본 명문대인 도쿄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스탠퍼드대 객원 조교수를 역임한 수재다. 그는 2023년 일본의 고령화 문제를 거론하며 '존엄사'를 해결책으로 제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날 "(일본은) 정치를 지배하는 '보스'가 없다. 총리도 주먹밥을 먹으면서 서민을 비웃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일본식 주먹밥인 오니기리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포착돼 일본 내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일본 정계의 정점인 총리로서는 너무 단출한 메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나리타는 오히려 총리의 '지나친 검소함'이 문제라는 취지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식 주먹밥으로 끼니를 떼우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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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연예계의 정점에 있는 사람도 주간지 기사 하나에 몰락한다"라며 "진정한 부자도 거의 없다. 인구당 억만장자 수는 G7(주요 7개국) 중 최하위"라고 질타를 이어나갔다. 그러면서 "모두가 무력하고 모두가 평등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포스트는 일부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 강한 반향이 일었다. "슬프다. 행복을 찾아 살 수밖에 없나", "가끔은 너무 무기력한 나라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등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일각에선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이유가 이런 역동성 부족에 있다며 공감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한때 일본은 '1억 총 중산층'에 집착해 왔다"라며 "그러나 이런 기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자신을 맞추고 주위를 너무 신경쓰는 국민성이 탄생했고, 결국엔 가장 성공한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른 G7 국가와 달리 급료도 30년 동안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직장인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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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총 중산층, 혹은 일명 '1억 총중류'는 과거 1970~1980년대 일본 사회에서 유행한 말이다. 일본 전체 인구의 9할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길 만큼 풍족하다는 뜻이다. 버블 경제가 정점에 이르기 전인 당시 일본은 고속 성장을 거듭해 국가총생산(GDP)에서 미국의 지위를 위협할 만큼 거대한 나라로 성장했으며, 대부분의 일본인은 큰 주택·컬러 TV·승용차 등을 보유해 삶의 질도 높았다고 한다.
1억 총중류는 수십년 뒤인 2015년 아베 신조 내각이 개각하면서 이른바 '1억 총활약'으로 재차 호명됐다. 1억 총활약 사회는 아베 전 총리의 핵심 표어로, 일본이 앞으로 50년 뒤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며, 모든 1억명이 높은 생산성과 삶의 질을 누려야 한다는 사회적 비전이기도 했다. 그만큼 일본에선 전 국민이 평등하고 넉넉한 삶은 누린다는 게 '국가적 자부심'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경제가 정체하면서, 일각에선 1억 총중류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40여년 전 일본의 1인당 GDP는 미국 버금갔으나, 현재는 독일·영국 등 서유럽 선진국보다도 현저히 뒤처지는 수준이다.
달러화로 환산한 명목 임금, 가계 가처분소득(가계 총소득에서 세금 등을 제외한 임의 처분 가능 금액)도 확연히 떨어져, 지금은 OECD 기준 이탈리아, 한국 등과 유사하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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