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협조 기대했었다"는 안일한 공수처
영장 집행 막히자 경찰에 '체포' 일임하기도
경찰 반발에 하루 만에 '일임 철회'…수사 난맥상
불안한 공수처 '尹 내란' 수사…野 "무능하고 우유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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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등 수사에 '난맥상(亂脈相)'을 여실히 드러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내란수괴 혐의를 강도 높게 수사했던 검·경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야심 차게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사전 준비가 덜 된 미숙한 모습을 보이면서 엄중한 시국에 걸림돌이 되는 모양새다.
"경호처 협조 기대했었다"…순진한 공수처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5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공수처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지만,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는 반응이 나온다.브리핑에 나선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지난 3일 시도했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예측이 불가능한 돌발상황이나 불행한 사태는 피해야겠다고 판단해 그런(경호처 직원 체포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며 "(당시 경호처의 격렬한 저항으로) 영장 집행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경호처 인력 200여 명이 '인간벽'을 세워 공수처와 경찰들의 진입을 막아서면서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상황 설명이다.
이에 취재진이 "(경호처의 저항을) 대부분 예상했었다"고 지적하자 "그 정도 저항을 예상하셨는지 모르지만, 저희는 경호처가 협조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답했다.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면서 면밀한 전략이나 대응 방식이 부재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이 차장은 "공수처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는 "체포영장 집행이 늦어져 국민 여러분께 걱정과 염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공수처의 군색한 모습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특히 공수처는 경찰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한 것에 크게 반발하자, 곧바로 입장을 번복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사단) 백동흠 부단장은 전날 오후 브리핑에서 "공수처의 집행 지휘 공문은 법률적 논란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공수처의 요청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그러자 공수처는 다시 공지를 통해 "본건과 같이 중대한 사건의 수사에 작은 논란의 소지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국수본과 의견을 같이 했다"며 "공조본 체제 하에서 잘 협의해 집행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백동흠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부단장이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지휘 공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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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공수처와 경찰 특사단, 국방부 조사본부가 함께 구성한 일종의 '수사협의체'로,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도 공조본 차원에서 진행됐던 것이다. 공수처가 공문을 발송한 지 하루 만에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너무 의욕만 앞섰다"며 "대통령 사건을 받고 싶다고 욕심내더니 정작 준비와 법률 검토를 하나도 안 하고 사고를 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검찰도 (영장 집행이) 어려웠을 거다. 실제로 영장 집행 못한 사례들도 많다. 다만 이렇게 상황이 어설프게 꼬이진 않았을 것"이라며 "애초에 집행이 어려운 상황인 것은 (누구나) 다 알았고 검찰이라면 그에 따른 대비를 했을 텐데 공수처는 지난번 철수부터 시작해 경찰과 협의도 제대로 못하고 일임하겠다고 했다가 번복하면서 국민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더딘' 수사에 사건 이첩 고집…공수처, 불안한 수사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공수처 수사관들이 계속되는 대치 상황 끝에 집행을 중지한 후 철수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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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12·3 내란사태 발생 이후 곧바로 사건 검토 등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검찰, 경찰 수사와 비교하면 더딘 모습을 보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달 8일 이번 사태의 핵심 '키맨'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한 뒤 구속하며 일찌감치 수사에 물꼬를 텄다. 경찰 특수단 역시 지난달 11일 가장 먼저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서고, 이번 사태의 '비선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구속하고 그의 수첩 등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도 했다.
반면 공수처는 '수사'보다는 '말'이 앞선 모습을 보였다. 핵심 관계자를 소환하거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에 나서기보다는 '사건 이첩'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공수처가 최초로 검·경에 사건 이첩을 요구한 것은 지난달 8일 오후다. 검찰 특수본이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한 이후다.
공수처는 줄기차게 사건이첩을 요구했고, 결국 검·경 모두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을 넘겼다. 하지만 전략의 부재와 안일한 대응, 미숙한 지휘 등으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되면서 수사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공수처가 수사에 의지를 보였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꾸준히 공수처의 한계를 우려했다.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 차장을 제외한 모든 인력을 고려해도 공수처의 수사인력은 50여 명에 불과하다. 경찰 특수단(150명)이나 검찰 특수본(100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수사 경험 역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2021년에 출범한 공수처는 아직 4년도 채 되지 못한 수사기관으로, 자체 인지 수사로 기소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성과조차 없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공수처를 향해 "무능하고 우유부단함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공수처장의 행태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공수처는 전날 윤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영장을 재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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