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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자기야, 공소시효 끝났어" 불륜녀 남편 살해→19년 도피…착각 속 '체포'[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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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양궁선수 불륜녀 남편 살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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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를 공개수배한 장면/사진=MBC 보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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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6일, 48세의 여성 A씨가 인천공항에 입국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경찰에 체포됐다. 밀항단속법위반 혐의였다.

A씨는 일주일 전 공항에서 똑같이 밀항단속법위반 혐의로 체포된 주모씨(41세)와 일행이었다. 두 사람은 2015년 11월 중국 상하이시 공안국에 자진 출두해 중국 밀항 사실을 알리고, 한국으로 추방당한 차였다. 이들은 중국에 빨리 한국으로 추방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단식투쟁까지 벌이기도 했다.

그렇게 원하던 한국 땅을 밟았지만, 그들을 기다린 건 경찰이었다. 그들의 죄목은 단순 밀항단속법위반이 아닌, 살인 혐의였다.


19년만에 나타난 두 남녀, 강산이 두 번 변했지만 공소시효는 살아있었다

두 사람이 한국을 떠난 것은 1997년 1월, 인천부두에서 국적 불명의 화물선을 타고 중국 상하이로 밀항했다.

두 사람이 밀항하게 된 것은 불륜으로 인한 우발적 살인 행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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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검증하는 주모씨/사진=SBS 보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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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대구광역시 중구청 소속 양궁 선수였던 주모씨(당시 22세)는 자주 가던 집 근처 슈퍼마켓 주인이자 6살 연상인 A씨(당시 28세)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A씨는 그 동네에서 미인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한동안 단골손님과 주인으로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은 결국 불륜 관계가 됐고, 이 사실을 A씨 남편에게 들켰다. 남편은 헤어지라며 A씨를 구타했고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하다 결국 이사까지 가는 강수를 뒀다. A씨를 잊을 수 없던 주씨는 A씨 이사간 곳을 쫓아가 남편과 포장마차에서 담판을 짓기로 했다. 주씨는 A씨와 자신이 죽고 못 사는 사이이니 이혼해달라는 요구를 했고, 이를 거부한 A씨 남편과 싸우다 그를 그만 목 졸라 살해했다. 이때가 1996년 12월8일 밤이었다.

주씨는 트럭에 A씨 남편 시신을 싣고 대구 달성군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의 한 배수로에 시신을 유기하고 석유를 뿌려 불태웠다. 차가 다니는 고속도로 배수로를 눈여겨보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A씨 남편의 시신은 훼손된 채 6개월간 유기돼 있었다.

주씨는 범행 다음 날, 파출소에 근무하던 누나에게 살인을 고백했지만, 누나는 동생이 거짓말하는 줄 알고 주씨 명의의 통장과 용돈을 건넸다. 그러나 이후 주씨는 연락이 두절됐고, 이상함을 느낀 누나가 직접 경찰서에 동생의 행적을 보고했다. 이때 A씨 시아버지도 사라진 자기 아들 내외에 이상함을 느껴 가출 신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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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남편 시신이 발견된 고속도로/사진=MBC 보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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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치정살인을 의심하고 증거를 찾았지만, A씨 남편의 시신이 발견이 안 돼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이듬해 6월, 비가 내리면서 배수로 속 A씨 남편의 시신이 발견됐고, 증거를 잡은 경찰은 공개수배하고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그때, 이미 두 사람은 중국으로 밀항한 뒤였다. 그렇게 15년(당시 살인죄 공소시효)이 흘렀고 2011년 12월8일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듯했다.


장기 미제로 끝나는 듯했는데 제 발로 돌아온 살인범

장기 미제로 끝나는 듯 했던 사건은, 2015년 11월 돌연 활기를 되찾는다. 두 사람이 장기 해외 도피에 지쳐 한국에 밀항할 방법을 찾던 중 위조여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자 중국에 밀항 사실을 고백, 한국에 추방당하는 방법을 쓰기로 한 것이다.

중국 상하이 한국 총영사관에 자수한 이들은 중국 공안당국에서 2개월간 억류돼 있다가 마침내 2016년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그러나 밀항 사실을 대범하게 밝힌 이들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두 사람에 대해 뒷조사를 했고, 이들이 19년 전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라는 것을 파악하고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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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검증 사진/사진=SBS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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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는 이에 범행 사실을 실토했지만 "살인죄 공소시효가 끝난 것 아니냐"고 반격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범인이 형사 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공소시효는 정지된다'는 한국 형사법을 몰랐다. 즉, 두 사람이 도피 목적으로 중국에 밀항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2030년까지 연장된 것이다.

주씨는 중국에서 자수할 당시 "밀항한 지 10년이 넘었다"고 말해 공소시효가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하자, 2014년 밀항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그러나 경찰은 A씨 친언니 집을 압수수색, 친언니가 두 사람과 2000년 만리장성 등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 10여장과 위조여권 복사본 등을 발견해냈다.


두 불륜 남녀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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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보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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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사람은 재판받게 됐다. 주씨와 A씨는 모두 1심과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22년, 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남편 살해 가담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여권 위조와 밀항 관련죄로만 처벌받아 징역 2년 복역 후 현재는 출소한 상태다.

항소심 재판부인 대구고법 제1형사부는 주씨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범행 방법이 잔인하고 시신을 유기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간 도피 생활로 고초를 겪어 일부 죗값을 치렀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떳떳하게 법에 따라 처벌받은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살인죄 공소시효는 지난 2015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현재는 폐지됐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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