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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대통령 관저 앞 찬반 시위…오징어 게임과 소름 끼치게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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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오징어 게임 2’에서는 매번 참가자들의 찬반 투표로 게임을 계속할지 정한다. ‘을들의 극단적 대립’을 부추기는 구도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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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훈(이정재)의 반란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어요. 살기 힘든 사회에서는 서로를 향해 분노하게 되는데, 기훈은 ‘분노는 위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물입니다. 조금은 바보스러울지라도 그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를 만든 황동혁 감독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충격적이면서도 답답한 결말의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오징어 게임1’(2021)에 이어지는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한 기훈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으로 끝난다. 그는 분홍 옷을 입은 수백명 병정들과의 총싸움 끝에 궁지에 몰려 항복을 선언한다.

기훈의 무모한 반란에 집중한 시즌2는 지난해 12월 26일 전 세계 공개 후 호평과 혹평이 뒤섞인 평가를 받았다. 황 감독은 “공개 후 일주일이 1년과 같았다. 정신이 없었다”며 “미국 평론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80%를 넘기고, 넷플릭스 TV 부문 93개국에서 시청량 1위에 오른 것은 아주 감사한 반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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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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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커뮤니티에선 ‘기훈의 행동에 공감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같이 살아야 한다”고 외치며 게임장에 다시 들어온 기훈이 마지막엔 “대의를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며 어설픈 총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의도한 부분이다. 역사에서 어떤 신념을 가지고 좋은 의도로 혁명을 일으키고자 했던 사람들이 실패하면서 망가지는 과정을 기훈도 똑같이 겪길 바랐다”고 했다. 이어 “기훈은 창을 들고 풍차(제도나 국가 권력을 상징)로 돌진하는 돈키호테와 같은 인물이지만, 그런 사람도 필요하다”며 “문제가 생기면 서로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저항하는 인물을 그려보고 싶었다. 요즘은 모든 분노가 옆으로 또는 아래로만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극 중 사람들의 갈등과 분노는 ‘O, X 투표’ 상황에서 극대화된다. 자신의 이익 혹은 가치관에 따라 팀이 갈리고, 주변에 동조해 표를 정하거나 선택을 강요받아 투표하는 인물도 있다. 황 감독은 “과연 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한 방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 시스템이 맞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대통령 관저 앞에선 탄핵 찬성과 반대파가 나뉘어 모이고, 싸울까 봐 경찰이 선까지 그었다고 들었다”며 “(드라마 속) 게임장 숙소 안에 선을 긋고 싸우는 모습과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혹평을 받은 반면 해외에선 인기 캐릭터 중 하나로 떠오른 타노스(최승현)에 대해서는 “(타노스를 통해) 젊은 세대에서 문제가 되는 마약, 인터넷 도박, 코인 열풍 등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며 “(마약 전과가 있는) 최승현이 오디션을 보러 올까 싶었는데, 깊게 고민한 후 해보겠다고 했다”고 캐스팅에 얽힌 사연을 전했다.

현재 시즌3 후반 작업을 하고 있는 황 감독은 “(시즌3에선) 시즌2의 모든 의문이 풀릴 것이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드러날 것”이라며 “희망이 꺾인 후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절망 끝엔 무엇이 있을까 하는 질문을 시즌3에서 던져보려 한다”고 답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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