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산하 조사단 우려... 유족 참여해야"
조사위 "법적으로 사고 관계자 참여 불가"
사고 원인 복잡해 상당 시간 소요 예상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8일째인 5일 비가 내리는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인근 울타리에 추모 메시지가 걸려 있다. 무안=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조사와 증거 수집 단계가 마무리 수순을 밟으며 사고 원인 규명 작업이 본격 시작됐다.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 콘크리트 둔덕, 엔진 및 랜딩기어 고장 등 규명해야 할 원인으로 추정되는 요인들이 다양해 조사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족 측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조사단에 유가족을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국내외 기준상 불가하다는 입장이라 이와 관련한 논란도 지속될 전망이다.
5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조사위)는 23명 규모로 한미 합동조사단을 꾸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조사단은 조사위 12명, 미국 연방항공청(FAA) 1명,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3명, 보잉 6명, GE 에어로스페이스 1명 등 인력으로 구성됐다. 국내외 기준에 따라 항공 사고는 12단계의 조사를 거치는데, 현재 조사단은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단 참여자를 구성하는 '4단계'에 와 있다. 다음 단계는 조사 관련 예비보고서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관련국에 보내는 것으로, 규정상 사고 발생 30일 이내에 발송해야 한다.
조사위 "객관성 보장 위해 사고 관계자 제척 규정"
5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사고기 꼬리 부분이 방수포로 덮여 있다. 무안=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소 수개월 걸리는 사고 원인 조사에 적잖은 난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조사단 구성 단계에서부터 유가족이 우려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유가족은 조사위·조사단이 국토부 중심으로 설계돼 조사와 결론이 왜곡될 수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유가족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조사위는 실제 사고를 들여다보는 조사단의 상위 조직으로, 조사단이 작성한 보고서를 심의·의결하는 기능을 한다.
유가족 측 법률지원단의 김정희 변호사는 전날 무안공항 기자회견에서 "공항 시설물의 설치와 관리가 참사 발생과 피해 확대의 원인 중의 하나라는 의혹이 있고, 이에 대한 책임 주체는 국토부"라며 "그런데 조사위를 국토부가 구성했고, 위원장은 전직 국토부 관료 출신에 상임위원은 현 항공정책실장이어서 '셀프조사'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내외 기준상 유가족 측 인원을 조사단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사고 관계자는 조사에 참여할 수 없고, 국토부 장관은 사고 지휘를 직접 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항공철도사고조사에 관한 법률은 국토부 장관이 조사위의 행정 사항만 지휘하고 사고 조사엔 관여하지 못하도록(제4조), 조사단 구성 시 사고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는 제척하도록(조사위 운영규정 제29조) 규정하고 있다.
조사위 관계자는 "실제 조사를 하는 주체는 사고 조사 경력이 있는 조사관 등 11명으로, 국토부 당국자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국토부 장관은 조사를 지휘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사위와 조사단이 국토부 산하에 있는 점이 분명한 만큼 객관성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 규명 속도 낼 수 있을까
사고 규명 과정도 속도를 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항공기 블랙박스 2종 중 비행기록장치(FDR) 부품이 분실돼 미국에 보내질 예정인 데다, 기내 상황을 증언할 생존자 2명도 큰 부상을 입고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블랙박스뿐만 아니라 △운항 △구조물 △동력장치 △시스템 △정비 등 분야 조사를 모두 한 후, 조사위 심의를 거쳐 종합적 결론을 내도록 돼 있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이번 참사의 경우 공항 환경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무안공항 측이 조류 충돌의 위험성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 활동을 철저히 했는지,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를 받치는 둔덕의 콘크리트 구조 설계 과정은 어땠는지 등을 차례차례 따져 봐야 한다. 또 국토부가 조류 충돌 예방 활동을 제대로 감독했는지, 콘크리트 구조물을 왜 승인해 줬는지도 중요한 조사 대상이다. 조사위 관계자는 "유가족분들의 우려가 커지지 않도록 조사단이 조사 현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브리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외법에 따른 항공기 사고 조사 진행 절차. 그래픽=김대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