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브스턴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스파클을 연기한 데미무어. NEW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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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브스턴스>가 개봉 3주 만에 누적 관객 16만명을 돌파했다.
5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지난 11일 개봉한 <서브스턴스>는 누적 관객 16민6420명(4일 기준)을 돌파했다. <하얼빈> <위키드> <모아나 2> 등 국내외 대형 신작 영화들이 스크린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입소문만으로 거둔 성과다. 지난해 개봉한 독립·예술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것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20만4134명)인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서브스턴스> 역시 20만 관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어물 못지 않은 잔인한 장면들로 가득한 ‘보디 호러(미지의 어떤 것이 신체, 인격을 빼앗는 내용의 호러)’ 장르의 벽을 뛰어넘고 흥행 중인 <서브스턴스>는 어떤 영화일까.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는 과거 오스카상을 수상한 잘 나가는 인기 배우였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을 하며 지낸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방송 녹화를 마친 50세 생일날, 엘리자베스는 더이상 어리지도, 섹시하지도 않다는 이유로 해고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까지 당해 병원을 찾은 그에게 묘한 분위기의 남자 간호사가 ‘서브스턴스’ 라는 약물을 추천한다. ‘더 나은 버전의 당신’으로 살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약이다. 더이상 아름답지 않다는 좌절감이 극에 달한 어느날, 엘리자베스는 충동적으로 형광 연두색 ‘서브스턴스’를 스스로 주입한다.
영화 <서브스턴스>에서 엘리자베스의 ‘더 나은 버전’, ‘수’를 연기한 마가렛 퀄리. NEW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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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주입 직후부터 스크린에 등장하는 장면은 왜 이 영화가 ‘보디 호러’인지 실감하게 한다. 영화는 엘리자베스의 얼굴, 몸이 ‘바뀌는’ 장면을 떠올렸을 관객들의 예상을 산산조각낸다. 엘리자베스의 ‘더 나은 버전’인 ‘수’(마가렛 퀄리)는 엘리자베스의 등을 쪼개고 ‘태어난다’.
조개 속에서 탄생한 비너스처럼 매끈한 수는 엘리자베스가 방출된 TV쇼의 새 진행자가 되며 ‘젊은 여성’이 누릴 수 있는 인기를 마음껏 누린다. 엘리자베스와 수는 ‘하나’다. 몸은 각자 일주일씩만 쓰다 서로 교체해야 하며, ‘본체’인 엘리자베스는 언제든지 실험을 중단하고 수를 없앨 수 있다. 수가 ‘일주일씩 살기’ 규칙을 조금씩 깨기 시작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 <서브스턴스> 스틸 컷. NEW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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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직접적인 영화다. 모든 장면이 노골적이다. 어리고 젊은 여자를 찾는 방송국 사장 하비(데니스 퀘이드)는 여성 혐오자의 전형이다. 게걸스럽게 새우를 먹는 모습, 니코틴에 찌들어 변색된 치아, 뻑뻑 피워대는 담배 연기 등 하비의 모든 면은 유해하다. 카메라는 수의 입술, 가슴, 엉덩이 등 신체 특정 부위들을 쉴 새 없이 클로즈업한다. 수가 하루, 이틀씩 몸을 더 쓸 때마다 엘리자베스의 신체는 썩어가지만, 엘리자베스는 수를 증오하다가도 수의 아름다운 육체를 포기하지 못해 정신적으로 분열된다.
영화는 ‘아름다움과 젊음에 대한 집착’ 이라는 주제를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극이 진행될수록 엽기적인 장면은 늘어나는데, 오히려 덜 잔인하게 느껴진다. 어느 순간부터 엘리자베스와 수의 육체가 별로 인간의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등이 쪼개지는 초반부의 장면이 ‘호러’라면, 후반부에 벌어지는 ‘피의 축제’ 장면은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데미 무어는 이 영화로 생애 첫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데이트를 앞둔 엘리자베스가 화장을 끝없이 고치다 무너져내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정수다. 러닝타임 2시간21분.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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