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피란민 아이들이 구호 식량을 얻기 위해 그릇을 내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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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보다 더 강경한 ‘친이스라엘’ 성향으로 평가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호품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가뜩이나 극심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CNN은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이 방안을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뒤 이틀 만에 가자지구 ‘전면 봉쇄’를 선언하고 전기와 연료, 식수와 물자 반입을 차단했다. 이후 국제사회가 보낸 구호품을 제한적으로만 반입해 가자지구는 심각한 식량 부족 상황에 직면했다.
일부 지역에선 기아 상태에 놓인 어린아이들이 굶어 죽는 일이 속출했으며, 지난해 3월에는 구호트럭에 몰려든 굶주린 피란민 수백여명이 이스라엘군 발포로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스라엘의 육로 제한에 국제사회가 분쟁지역 구호의 ‘최후의 수단’이라고 불리는 구호품 공중 투하를 시작했다가 민간인들이 하늘에서 떨어진 구호품에 맞아 숨지는 참사도 잇따랐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난달 가자지구에 반입된 구호트럭은 2205대로, 이는 전쟁 이전 한 달 1만5000대의 15%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OCHA는 가자지구 전체 주민 가운데 91%가 심각한 식량 부족에 처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북부 포위 공격이 이어지던 지난달 4일(현지시간)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어린 동생을 묶은 수레를 끌며 북부 베이트라히야에서 남쪽 자발리야로 피란을 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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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넉 달째 고강도 포위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가자지구 북부에는 구호품과 의약품이 거의 반입되지 못해 인명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가자 북부에 민간인 소개령을 내린 뒤 고강도 폭격을 계속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이곳에서 ‘굶겨 죽이기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이스라엘 퇴역 장군이 제안해 ‘장군의 계획’이라고 불리는 이 작전은 북부에서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한 일종의 포위 작전으로, 민간인 소개령을 내린 뒤 떠나지 않은 자는 모두 무장세력으로 간주해 사살하거나 굶겨 죽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봉쇄 지역에 남은 이들에겐 물과 음식은 물론, 연료와 의료 지원도 차단된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병원들을 잇달아 공격해 운영을 중단시켰고, 최근에 북부에서 마지막으로 운영되던 카말아드완 병원을 공격해 의료진을 체포하고 병원을 폐쇄했다.
그간 국제사회는 식량을 무기화한 강제 이주는 그 자체로 전쟁 범죄라고 경고해 왔으며, 이에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는 이 작전 실행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한 직후 이스라엘군의 이트지크 코헨 준장은 북부에 구호품을 끊어 ‘완전한 소개’를 추구하고 있다며 이 작전을 수행하고 있음을 처음 시인했다.
북부 작전을 거듭 비판해온 바이든 민주당 정부가 대선에서 패배하며 미국의 정권교체가 확정되자마자,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를 노골화하며 고강도 작전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의 사라야 지역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초토화됐다. 이날 하루 동안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66명이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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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빨리 끝내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이스라엘은 휴전 협상을 재개하는 한편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군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중단됐던 휴전 협상이 지난 3일 카타르 도하에서 재개됐다.
동시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해 3~4일 이틀간 최소 143명이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는 구호품 이송을 감독하던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직원 9명이 포함됐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사망자 대다수가 어린이와 여성 등 민간인이며 구조대가 접근하지 못한 곳에 매몰자들이 있어 희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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