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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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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된 정치의 사법화…숨 가쁘게 도는 ‘헌재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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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에서 사법에 기댄 사생결단 정치로 부메랑

경향신문

신임 헌법재판관이 취임식을 가진 지난 1월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차가 들어가고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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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이제 공은 정치의 손을 떠나 헌법재판소와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12월 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하자, 야권 쪽 한 정치인이 내뱉은 넋두리다. 이날 최 권한대행은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시켜 경제와 민생위기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록 남은 한 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여야 합의를 전제로 유보됐지만, 전체 9명 중 8명의 헌재 재판관이 채워진 만큼 12·3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헌정질서 혼란을 사법기관이 본격적으로 추스를 기반이 마련됐다.

올해 초 헌법재판소의 시계는 숨 가쁘게 돌아간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통과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탄핵 심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오는 4월 18일 재판관 8명 중 2명의 임기가 끝나는 만큼 이전에 결정을 내려야 다시 법적 논란에 휩싸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직을 오래도록 마냥 대행체제에 맡겨놓을 수 없다. 하루빨리 공백을 메워 헌정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책무가 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31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최우선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모든 것 법으로 해결…어처구니없는 상황

최 권한대행 체제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권한쟁의 심판도 헌법재판소가 해야 할 우선 과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27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 의결정족수 문제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한덕수 총리가 국회 추천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도 심리해야 한다. 헌재는 지난 1월 2일 “사안의 성격을 고려해 신속히 심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줄줄이 탄핵소추된 총리·장관·장관급 인사의 탄핵 심판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국회에서는 한덕수 총리 외에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안이 가결돼 헌재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 심판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탄핵 심판도 헌재에서 진행 중이다. 모두 10명에 이른다. 오는 4월까지 탄핵 정국의 시선은 온통 헌법재판소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그동안 지속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극단화됐음을 보여준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죄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수사·탄핵 심판을 지연시키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정치는 완전히 무기력 상태에 빠졌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는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처럼 정치에 있어서 일반적인 상식이 무너졌다”면서 “결국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과 법률로 모든 것을 규정할 수 없는데, 이를 멋대로 해석하면서 상식을 무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의 사법화’라는 비상등은 오래전부터 깜박거렸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수없이 많은 ‘헌정 최초’라는 기록을 낳았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사태가 연이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간 타협과 협치는 어디에도 없었다. 대통령, 총리, 장관, 검사,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등이 잇달아 국회에서 탄핵소추됐다.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출구는 사법부에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 교수는 “사회공동체의 최소한 도의도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검사 출신 현직 대통령이 검찰을 통해 야당 지도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의자로 몰면서 정치 사법화 현상을 초래했다”며 “결국 대통령 자신이 수사기관의 피의자가 됐다”고 말했다.

헌재가 헌정질서 지키는 마지막 기둥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가 사법부에 의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법부의 판결로 정쟁의 승패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월 2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판결이 2월 15일 안에 나와야 한다”고 사법부에 요구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맞서 엉뚱하게도 이 대표의 재판 문제를 꺼낸 것이다. 김 평론가는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사유화하고 극대화하는 정치 지도자만 있을 뿐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정치인이 없다”면서 “국민이 뭘 보고 배워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거대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정국 불안정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계엄 선포 이후 여당의 모호한 입장 역시 국민 정서와 괴리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정지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변호사)은 “이전에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쟁이 있었으나 민주주의 제도의 경계선에 있었다”면서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는 그 경계선을 지나 가드레일을 뚫고 헌정질서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야 정쟁과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는 문제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이제 결론은 정치가 아닌 사법부가 내려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며 정치의 사법화 현상을 비판했다. 정지웅 시민입법위원장은 “평상시에는 헌법이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가 작동하지 않을 때 전면에 드러나면서 빛나고, 헌재가 헌정질서를 지키는 마지막 기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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