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을 중국 자본에 매각할 거다" "주요 경영진이 모두 해외 국적인 외국계 자본이다" 고려아연-영풍의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숱한 구설에 직면해 있다. MBK파트너스 측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MBK파트너스가 여태껏 국내 시장에 남긴 '나쁜 흔적'들이 워낙 많아서다. 'MBK파트너스 구설 두번째 편'에선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기업들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향해 “약탈적 사모펀드”라고 비판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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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논란의 중심에 선 건 2024년 9월 13일이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업체 '고려아연'과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 사이에서 벌어진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면서다.
MBK파트너스는 영풍 측의 '흑기사'로 등장해 고려아연의 지분 14.61%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나섰다. 당초 주당 66만원으로 잡았던 공개매수 가격을 두차례(9월 26일 75만원→10월 4일 83만원) 끌어올렸다.
10월 14일까지 한달간 진행한 공개매수로 MBK파트너스 측의 지분율은 기존 33.1%에서 38.47%로 높아졌다. 이후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현재(12월 31일) MBK파트너스 측의 지분율은 40.97%를 기록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도 가만있지 않았다. 지난 10월 2일 자사주 15.5%를 83만원에 매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맞불을 놨다. 10월 11일엔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인상했다. 공개매수 결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1.26%에서 29.32%로 높아졌다.
물론 최종적으로 누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거머쥘지는 알 수 없다. 어느 쪽이 승리하든 '빚'으로 쩐의 전쟁을 벌였다는 비판을 면하기도 쉽지 않다. 일례로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매입에 필요한 자금 3조2245억원 중 2조6546억원을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MBK파트너스에 좀 더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視리즈 MBK파트너스 구설 1편에서 꼬집은 '고려아연의 중국 매각설'이나 'MBK파트너스의 외국계 자본 논란'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MBK파트너스가 국내 시장에 남긴 '흔적'이 워낙 좋지 않다는 측면도 있다. 막대한 차입금으로 무리하게 M&A를 추진했다가 결과적으로 인수 기업의 경쟁력이 나빠진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참고: 지난 9월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중국 자본에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축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병주 회장·부재훈 부회장 등 MBK파트너스의 핵심 경영진이 모두 미국 국적이라는 점에서 '검은 머리 외국인' 투자 논란도 일었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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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10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국감에선 야당 의원들이 MBK파트너스가 '약탈적 사모펀드'라고 꼬집었다. 당시 증인으로 참석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향해 백혜련·박희승 등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들이 쏟아낸 비판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MBK파트너스는 '묻지마 빚투' 행태를 보여 왔다… 금융사로부터 대규모 대출을 받아 기업을 인수한 후 대출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인력 구조조정, 알짜 자산 매각 등을 이어왔다." 의원들이 사례로 언급한 곳 중 하나가 '홈플러스'다.
여기에 MBK파트너스가 인수금액의 60%가량을 차입금으로 조달했다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1조원을 투자해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할 거란 전망도 숱했다.
기우杞憂가 아니었다. 무리한 인수는 홈플러스의 본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MBK파트너스가 M&A 후 차입금 상환을 위해 '세일앤드리스백(점포 매각 후 재임차·Sale And Lease Back)' 전략을 추진하면서 2015년 142개이던 점포가 127개(2024년 3분기)로 줄었다. 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한 만큼 온라인 사업을 강화했다면 괜찮았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MBK파트너스 인수 전인 2014년 대비 2023년 매출액(6조9314억원)은 19.1% 감소했고, 영업이익(2408억원→-1994억원)은 적자전환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홈플러스 점포 매각은 차입금 상환을 위한 게 아니다"면서 "자산유동화를 추진한 일부 점포는 낡은 건물을 재개발한 후 리뉴얼해 개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MB K파트너스 품에 안긴 이후 홈플러스의 기업가치가 떨어진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결국 MBK파트너스는 비교적 알짜사업 부문으로 꼽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 사업부문)'를 따로 떼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알리익스프레스(알리바바그룹)는 12월 25일 신세계그룹 지마켓과 합작법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발을 완전히 뺀 셈이다.
■ 사례➋ 네파 =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실적이 악화한 기업은 또 있다.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네파(Nepa)'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특수목적법인(SPC) 티비홀딩스를 설립하고, 9900억원을 투자해 네파를 인수했다. 1조원에 육박하는 금액 중 4000억원가량을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MBK파트너스 체제하에서 대표직(2015년)에 오른 박창근 네파 대표(당시)는 "네파를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네파의 실적은 되레 감소세를 그렸다. 해외는커녕 국내에서조차 입지가 좁아졌다. 2013년 4703억원이던 네파의 매출액은 지난해 3136억원으로 10년 새 3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82억원에서 140억원으로 10분의 1토막 났다.
홈플러스의 실적은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악화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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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한 탓도 있지만, 그렇다고 네파의 실적 악화를 외부 요인으로 돌리긴 어렵다. 같은 기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아웃도어 기업도 적지 않아서다. 대표적인 게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9613억원으로 2013년(5267억원)보다 82.5% 증가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빚'으로 네파를 인수한 MBK파트너스가 인수금융 부담을 사실상 네파에 떠넘겼다는 건 더 심각한 이슈다. 네파 인수를 위해 설립한 티빙홀딩스를 네파와 합병(2015년)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를 기점으로 네파는 매년 200억~300억원대 이자 부담을 떠안았다.
지난 9년간(2015~2023년) 네파가 부담한 금융비용은 2731억원에 달했다. 당연히 네파의 재무 건전성도 악화했다. 2013년 10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네파는 지난해 10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사례➌ 모던하우스 = 2017년 인수한 홈퍼니싱 브랜드 '모던하우스'의 엑시트(exit)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6860억원을 투자해 이랜드그룹으로부터 모던하우스를 인수했다.
인수 첫해 1144억원이던 매출액은 이듬해 3364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이후 성장이 정체했다. 2018~2022년 3000억원대 머물던 매출액은 지난해 4126억원을 기록하며 반짝 성장했다.[※참고: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 모던리테일홀딩스를 통해 모던하우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모던하우스 인수 5년차이던 2022년 한차례 엑시트를 추진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팬데믹으로 M& A 시장이 얼어붙은 탓도 있었지만 MBK파트너스가 기대한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기엔 역부족이었단 분석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MBK파트너스는 투자금 중간회수를 꾀했다.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리캡(자본구조조재조정·Leveraged Recapital ization)'을 통해서다.
MBK파트너스는 2021년 3400억원 규모의 리캡을 단행해 2400억원은 모던하우스 인수 때 받았던 기존 대출을 갚고, 1000억원을 회수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11월 UBS를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모던하우스 엑시트를 재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서 다른 반응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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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MBK파트너스는 '대출로 기업 인수→차입금 상환에 주력→기업 경쟁력 저하'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왔다. 이런 와중에도 MBK파트너스는 리캡 등을 통해 투자금을 일부 회수했다.
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 측은 12월 10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같이 비판했다. "MBK파트너스의 비철금속 제련사업 이해도는 심각할 정도로 낮다. 고려아연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미래 비전을 향한 고민도 없다."[※참고: 고려아연은 2차전지 소재 사업, 자원순환,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를 주축으로 친환경 미래 동력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슷한 지적은 금융감독원에서도 나왔다. 지난 12월 12일 금감원은 12개 사모펀드 운영사(MBK파트너스·한앤컴퍼니·스틱인베스트먼트·IMM 등) CEO와 함께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함용일 부원장은 "단기 수익 창출이 목표인 사모펀드가 자칫 기업의 성장 동력을 훼손할 수 있고, 사모펀드가 대규모 타인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시장이 MBK파트너스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MBK파트너스는 숱한 구설을 딛고 고려아연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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