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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날씬해 보인다? 근육이 제대로 붙었군요[수피의 헬스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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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 섰을 때 보이는 체중 혹은 남들이 나를 보며 어림하는 체중은 저울의 체중과는 딴판인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은 겉보기에 날씬한데도 깜짝 놀랄 체중을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겉보기는 뚱뚱한데 체중은 정상인 때도 있다. 대체 이유가 뭘까?

이 이슈는 과거에 건강 프로그램이나 홈쇼핑 운동기구 등을 홍보하며 자주 등장해서 알 만한 사람은 아는 내용이기도 하다. 당시엔 같은 부피라면 근육이 지방보다 훨씬 무거워 체지방이 많을수록 뚱뚱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의 주먹만 한 근육과, 그보다 두세 배쯤 부피가 큰 노란 지방 덩어리 모형이 등장했다. 그 둘이 부피는 달라도 같은 무게라 하니 체지방이 많을수록 몸의 부피가 커져 더 뚱뚱해 보이는 건 당연한 것 같았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그 모형은 엉터리다. 근육은 같은 무게의 체지방보다 고작 10~20% 남짓 무거울 뿐이다. 체지방이 많을수록 몸의 부피가 아주 조금 늘 수는 있지만 그 정도 차이로 똑같은 163㎝ 평균 키에 체중 50㎏인 일반인 여성과, 체중 58㎏에 근육이 쪼끔 더 많은 여성 운동선수가 비슷한 몸무게로 보이게 만들 수는 없다.

지방이 많을수록 더 뚱뚱해 보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몸의 라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시각의 동물이다. 우리는 시각과 신체 비례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체구와 체형, 키와 체중까지도 판단한다. 팔다리가 길면 키가 큰 경우가 많고, 머리보다 몸통이 굵고 어깨가 넓으면 힘이 센 경우가 많다. 가슴이나 엉덩이 대비 잘록한 허리, 군살이 없는 얼굴 등을 통해서는 날씬하다고 짐작한다. 반대의 경우는 뚱뚱하다고 느낀다. 이런 어림짐작이 100%는 아니어도 대충 80~90%는 맞아떨어진다. 즉 보이는 체중과 실제 체중이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체 비례, 그리고 ‘들어갈 곳 들어가고, 나올 곳 나온’ 영향이다. 타고난 신체 비례는 바꿀 수 없지만 몸의 라인은 바뀔 수도 있다.

보통 운동으로 근육이 붙으면 허벅지와 엉덩이, 어깨와 등이 커진다. 어깨가 넓어지니 얼굴은 작아 보이고, 상체 윗부분과 엉덩이가 풍성하니 중간에 낀 허리가 쏙 들어가 날씬해 보인다. 엉덩이 근육이 발달하면 그 밑의 다리도 길어 보여 키가 크다는 느낌을 준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체지방도 몸 전반적으로 피하에 골고루 붙는다. 운동선수, 트레이너들이 대부분 체중이 꽤 많이 나가는데도 실제 체중보다 날씬해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탄탄하고 건강해 보이는 건 덤이다.

그런데 운동 없이, 여기에 체지방까지 늘면 내장지방 때문에 허리와 몸 중앙부가 먼저 굵어진다. 이 상태에서 근육도 없으면 몸의 굴곡이 줄면서 11자 몸매가 된다. 어깨가 좁은 만큼 얼굴도 커 보인다. 몸의 전체 부피, 즉 체중은 같아도 더 뚱뚱해 보이고, 전에는 잘 맞았던 옷도 안 맞게 된다. 심지어 체중은 그대로인데도 말이다. 그럼 당장 직설적인 친구나 가족에게 내 체중이 어느 정도로 보이는지 물어보자. 체중이 정상이거나 혹은 그 아래인데도 남들에게 뚱뚱해 보인다면 문제는 체지방 과다보다 근육 부족일 가능성이 더 크다. 지난 연재에서 마른 비만의 문제는 체지방이 아니고 근육임을 짚었는데, 바로 마른 비만이야말로 체중보다 뚱뚱해 보이는 전형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감량도 좋지만 근육이 붙어 몸의 볼륨이 생겨야 제대로, 건강하게 날씬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근육이 적은 이들에게 근력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라고 하면 ‘앗, 그럼 체중이 늘잖아요!’라며 기겁하기도 한다. 그런데 누가 강제로 저울에 올라가라고 협박할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인가. 중요한 건 남들은 알지도 못할 숫자가 아니고 내 모습과 자신감이다.

경향신문

수피 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수피 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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