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슈는 과거에 건강 프로그램이나 홈쇼핑 운동기구 등을 홍보하며 자주 등장해서 알 만한 사람은 아는 내용이기도 하다. 당시엔 같은 부피라면 근육이 지방보다 훨씬 무거워 체지방이 많을수록 뚱뚱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의 주먹만 한 근육과, 그보다 두세 배쯤 부피가 큰 노란 지방 덩어리 모형이 등장했다. 그 둘이 부피는 달라도 같은 무게라 하니 체지방이 많을수록 몸의 부피가 커져 더 뚱뚱해 보이는 건 당연한 것 같았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그 모형은 엉터리다. 근육은 같은 무게의 체지방보다 고작 10~20% 남짓 무거울 뿐이다. 체지방이 많을수록 몸의 부피가 아주 조금 늘 수는 있지만 그 정도 차이로 똑같은 163㎝ 평균 키에 체중 50㎏인 일반인 여성과, 체중 58㎏에 근육이 쪼끔 더 많은 여성 운동선수가 비슷한 몸무게로 보이게 만들 수는 없다.
지방이 많을수록 더 뚱뚱해 보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몸의 라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시각의 동물이다. 우리는 시각과 신체 비례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체구와 체형, 키와 체중까지도 판단한다. 팔다리가 길면 키가 큰 경우가 많고, 머리보다 몸통이 굵고 어깨가 넓으면 힘이 센 경우가 많다. 가슴이나 엉덩이 대비 잘록한 허리, 군살이 없는 얼굴 등을 통해서는 날씬하다고 짐작한다. 반대의 경우는 뚱뚱하다고 느낀다. 이런 어림짐작이 100%는 아니어도 대충 80~90%는 맞아떨어진다. 즉 보이는 체중과 실제 체중이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체 비례, 그리고 ‘들어갈 곳 들어가고, 나올 곳 나온’ 영향이다. 타고난 신체 비례는 바꿀 수 없지만 몸의 라인은 바뀔 수도 있다.
보통 운동으로 근육이 붙으면 허벅지와 엉덩이, 어깨와 등이 커진다. 어깨가 넓어지니 얼굴은 작아 보이고, 상체 윗부분과 엉덩이가 풍성하니 중간에 낀 허리가 쏙 들어가 날씬해 보인다. 엉덩이 근육이 발달하면 그 밑의 다리도 길어 보여 키가 크다는 느낌을 준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체지방도 몸 전반적으로 피하에 골고루 붙는다. 운동선수, 트레이너들이 대부분 체중이 꽤 많이 나가는데도 실제 체중보다 날씬해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탄탄하고 건강해 보이는 건 덤이다.
그런데 운동 없이, 여기에 체지방까지 늘면 내장지방 때문에 허리와 몸 중앙부가 먼저 굵어진다. 이 상태에서 근육도 없으면 몸의 굴곡이 줄면서 11자 몸매가 된다. 어깨가 좁은 만큼 얼굴도 커 보인다. 몸의 전체 부피, 즉 체중은 같아도 더 뚱뚱해 보이고, 전에는 잘 맞았던 옷도 안 맞게 된다. 심지어 체중은 그대로인데도 말이다. 그럼 당장 직설적인 친구나 가족에게 내 체중이 어느 정도로 보이는지 물어보자. 체중이 정상이거나 혹은 그 아래인데도 남들에게 뚱뚱해 보인다면 문제는 체지방 과다보다 근육 부족일 가능성이 더 크다. 지난 연재에서 마른 비만의 문제는 체지방이 아니고 근육임을 짚었는데, 바로 마른 비만이야말로 체중보다 뚱뚱해 보이는 전형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감량도 좋지만 근육이 붙어 몸의 볼륨이 생겨야 제대로, 건강하게 날씬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근육이 적은 이들에게 근력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라고 하면 ‘앗, 그럼 체중이 늘잖아요!’라며 기겁하기도 한다. 그런데 누가 강제로 저울에 올라가라고 협박할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인가. 중요한 건 남들은 알지도 못할 숫자가 아니고 내 모습과 자신감이다.
수피 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
수피 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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