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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법꾸라지’ 전락한 전직 검찰총장 윤석열…여당서도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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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로 가는 차도를 버스와 차량들이 막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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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권한과 경호법 등을 문제 삼으며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끝내 불응했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이 법률가의 지식과 경험을 악용해 고의적으로 수사와 탄핵심판 지연 작전을 이어가는 ‘법꾸라지’(법+미꾸라지)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공수처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대통령경호처와의 5시간30분여 대치 끝에 체포영장 집행을 하지 못하고 중단했다. 윤 대통령 쪽 변호인단에 속한 김홍일·윤갑근 변호사는 대치 상황 중 관저 앞으로 나와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 발부한 영장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공수처는 전했다.



윤 변호사는 이날 오후 영장 집행이 무산되자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불법무효인 체포수색영장을 1급 군사기밀보호구역인 대통령 관저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며 강제 집행하려 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경비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경찰기동대 병력이 수사업무인 영장집행에 적극 가담한 것은 1급 군사기밀보호시설 침입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불법체포감금미수죄에 해당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세차례나 응하지 않아 신병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체포영장 집행을 ‘군사기밀보호시설 침입’ ‘불법 체포 감금’ 등 얼토당토하지 않은 죄명을 동원하며 비판한 것이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이날 경호법과 대통령 관저가 경호구역이라는 근거로 ‘수색 불허’ 입장을 고수하며 영장 집행을 막다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호처는 심지어 이날 오후 “공수처와 국수본(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기동대를 동원해 경호구역과 군사 기밀 시설을 시설장의 허가없이 출입문을 부수고 심지어 근무자에 부상을 일으키며 무단으로 침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대통령경호처는 불법행위를 자행한 책임자와 관련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으로 막아서 놓고는, 적반하장 격으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휘 권한’을 이유로 들어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았다. 공수처가 대통령 비서실장 앞으로 보낸 체포영장 집행 협조요청 공문에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 경호처를 지휘 감독할 권한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회신을 보낸 것이다.



검찰총장을 지낸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과 경호처 등과 입을 맞춰 내란죄 수사와 헌재의 탄핵 심리 기간을(최장 180일)을 최대한 늦춰보려고 법적 빈틈을 노려 꼬투리를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법적, 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 쪽은 노골적인 법꾸라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공수처의 체포·수색영장 집행은 형사소송법 빛 헌법에 반해 집행할 수 없으므로 불허해달라며 서울서부지법에 이의신청을 낸 게 대표적 사례다. 윤 대통령 쪽은 ‘검사의 구금, 압수 또는 압수물의 환부에 관한 처분에 대해 불복이 있으면 그 직무집행지의 관할법원 또는 검사의 소속검찰청에 대응한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는 준항고 규정을 가져와 이의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소송법상 체포영장 발부에 불복해 항고할 수 있는 ‘영장 항고’ 제도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재판에 대한 준항고 대신 공수처 검사의 체포 시도 자체를 문제 삼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쪽은 공조수사본부의 세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변호인단 구성에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아직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도 내지 않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서류 송달을 거부하면서 시간을 끌어오다가 송달 간주된 지 2주일 만인 이날 오전에야 탄핵심판 답변서를 제출했다. 그나마도 40쪽 분량의 답변서에는 본안 내용보다 탄핵소추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고 한다. 전형적인 탄핵심판 지연 전략이다.



게다가 답변서에는 ‘재판·소추 또는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서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법 제32조를 들어 청구인 쪽의 수사기록 송부촉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수사 기록은 이 사건 소추 사유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심리에 필요한 자료로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헌재법 32조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법꾸라지 행태에 여당 안에서도 불만 섞인 비판이 나온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이 계속 헌정 질서를 망가뜨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헌정 질서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 본인이 무서우니까 혹세무민하고 사람들을 선동해서 그 뒤에 숨으려고 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꼬집었다.



조경태 의원은 “대통령 본인이 대국민담화에서 법적·정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결과론적으로 국민들한테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즉각 체포하고 사임시켜야 한다. 그게 국민의 뜻”이라고 했다.



이상민 전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대통령 본인이 법률가 출신이고 수사든 탄핵이든 당당히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그에 배반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며 “법률가 출신임에도 앞장서서 법을 지키지 않는, 법꾸라지라는 비난까지 받을 정도의 아주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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