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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尹체포팀 진입 불허하자...경찰, 경호처장 현행범 체포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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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체포팀은 3일 오전 7시 18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 구역 정문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대법원장, 군 수뇌부 공관이 밀집한 구역이다. 오전 6시 13분 경기 과천에서 출발한 공수처 검사·수사관 30여 명에 경찰 100여 명이 합류했다. 투입 인원과 체포 계획을 점검한 뒤 오전 8시 4분 공관 구역 정문을 통과해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개시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공관 구역 정문에서 윤 대통령 관저 건물까지는 500m가량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체포팀 앞을 대형 버스 1대가 가로막았다. 대통령 경호처가 이들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설치한 1차 저지선이었다. 경호처 직원 50여 명과 군인들이 체포팀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공수처 설명이다. 체포팀은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제시했다. 김성훈 경호차장은 “우리는 경호법에 따라 경호만 할 뿐이고 영장은 우리가 판단하기 어려우니 변호사와 상의하라”고 했다. 하지만 체포팀은 그대로 관저로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1차 저지선을 돌파하는 데 50분가량이 걸렸다. 체포팀이 언덕을 100~150m쯤 올라가자 소형 버스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의 소형 전술 차량으로 구축된 2차 방어선이 또 나타났다. 오전 9시쯤이었다. 이 주변을 역시 경호처 직원과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체포팀은 또 돌파를 시도했고, 공관 구역 정문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 인력 30여 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40여 분에 걸친 돌파 시도 끝에 체포팀은 2차 저지선을 뚫고 150m가량을 더 전진, 대통령 관저 정문에서 200m 지점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대통령 관저 진입로는 좁은 굽잇길이다. 체포팀 일부는 산길을 타고 관저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전 9시 50분쯤, 이들 앞에 3차 저지선이 또 나타났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번엔 대형 버스나 승용차 등 10대 이상이 진입로를 완전히 막고 있었다”며 “경호처 직원과 군인들 200여 명이 겹겹이 벽을 쌓고 있어 도저히 뚫고 가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1·2차 저지선에서 대기하던 경호처와 군 병력이 올라와 팔짱을 끼고 ‘인간 바리케이드’를 쳐서 체포팀을 막아섰다는 것이다.

양측은 한동안 대치했고, 경호처는 일단 공수처 검사 3명만 관저 정문까지 진입하는 것을 허용했다. 윤 대통령이 있는 관저에서 50m가량 떨어진 지점이다. 검사들은 여기서 미리 대기 중이던 윤 대통령 변호인단을 만나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제시했다. 변호인단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기관인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검사들은 박종준 경호처장에게도 영장을 보여줬으나 박 처장 역시 “대통령 경호법상 경호 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고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체포팀 일부는 진입을 불허하는 박 처장 등 경호처 관계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수처는 유혈 사태를 우려해 이를 불허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당시 상황과 관련, 실탄 휴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일부 경호처 직원이 개인 화기를 휴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체포팀은 오후 1시 30분쯤 더는 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5시간 26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팀보다 많은 인원이 집결한 상황에서 안전 우려가 커서 집행을 중지했다”고 했다.

[고유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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