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남짓 짧은 시간에도 1층 대부분 전소
병원, 은행 등 다중시설 다수···지하 1층에는 수영장까지
시민들 "비상구에 연기 올라와 바로 뛰어올라갔다"
소방대원 "큰 화재에 큰 인명피해 없는 것은 천운···시민들 질서있게 피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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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복합상가건물 화재가 대형참사로 번지지 않은 것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질서 있게 안전한 대피로를 찾은 시민들의 기지 덕이었다.
이날 오후 4시 37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의 복합상가건물인 BYC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4시48분께 현장에 도착해 오후 5시17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신고 접수부터 초진까지 30여 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재산 피해는 적지 않았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육안 상으로도 건물 1층 상점 상당수가 전소 되고, 2층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건물 후면은 전체가 크게 그을려 한눈에도 대형 화재임을 직감케 했다. 화재 초기까지만 해도 큰 인명 손실이 우려됐다. 병원, 은행, 학원 등이 밀집한데다 지하 1층에는 성인과 어린아들이 즐겨 찾는 수영장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신고 접수 11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건물 내 다수가 고립돼 있다는 신고를 받고, 인명피해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구조활동에 총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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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상층부에 있다 갑작스럽게 화재와 맞닥뜨린 시민들은 당황하지 않았다고 한다.
화재 현장에서 만난 허진(29·여)씨는 치아 치료 차 이 건물 3층 치과를 찾았다고 했다.
허씨는 “오후 4시 몇분인가 주차하러 차를 운전해 건물에 들어가는데 1층 오른 쪽에서 연기가 조금 났던 것 같다”며 “치과에 접수를 했는데 갑자기 기침이 나서 병원 문을 열어보니 이미 복도 바닥에 연기가 자욱하고 비상벨이 울렸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구로 내려가려고 보니 연기가 차오르고 있었다"며 “순간적으로 '무조건 옥상으로'라고 소리치면서 모두 3층에서 옥상까지 뛰어 올라갔다. 치과의사, 간호사 선생님, 병원 찾은 여자아이와 어머니 등과 순식간에 뛰어 올라갔다"고 말했다.
5층 미소금융에서 근무하던 직원들도 옥상을 피난처로 택하면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강모씨는 동료 직원 3명과 한창 업무에 집중하다 오후 4시30분께 최초로 화재를 인지했다고 전했다.
그는 “비상벨이 올리기 전에 냄새에 민감한 여직원이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문을 열고 나가보니 검은 연기가 바닥에 깔리고 있었다”며 “비상구로 내려가려니 연기가 올라오고 있어 바로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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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옥상으로 대피한 인원은 약 150명. 모두 건물 상층부에 머물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1시간 30분 가량 대피해 있다가 불길을 잡고 올라온 소방대원들의 부축을 받고 무사히 건물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하 1층 수영장에 있던 시민들은 반대로 지하 3층 주차장으로 황급히 몸을 피해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 특히 어린아이 다수가 수영강습을 받던 중이라 불상사가 우려됐지만 역시 질서 있는 대피로 적기에 구조됐다.
구조에 나선 한 소방대원은 “전체 피해 규모는 아직 모르지만 건물 뒤쪽 상가는 전소됐고, 벽면도 다 그을렸다”면서도 “이런 큰 화재에 큰 인명피해가 없는 것은 천운이다. 시민들이 질서있게 피난처를 잘 선택한 것 같다.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오후 8시 현재 이날 화재로 130여명이 연기를 흡입했고 이 중 34명이 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 인원은 240여 명이고 70여 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건물 전체를 수색해 혹시 있을지 모를 사상자를 찾고 있다.
성남=손대선 기자 sds11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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