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왼쪽)·이미선 헌법재판관이 3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절차준비기일을 진행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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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정에서 계엄과 내란은 다르고, 오히려 내란을 막기 위해 계엄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계엄이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는데,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한발 더 나아가 정부 공직자 탄핵소추 같은 야당의 입법 행위를 내란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헌법과 헌정질서에 대한 일반과 동떨어진 윤 대통령 측의 이런 인식은 탄핵재판이 계속될수록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소심판정에서 열린 2차 준비절차에서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12·3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강조했다. 도태우 변호사는 전체 재판에 대한 입장을 10개 항목으로 정리한 의견서를 10여분간 읽어 내려갔다. 그는 마지막 10번째 내란죄 여부에 대한 윤 대통령 측 입장을 설명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을 썼다.
도 변호사는 “(야당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에게 내란죄의 덫을 씌운 것”이라며 “이 사건에서 내란죄는 본질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지난 달 27일 열린 첫 준비기일에서 내란죄 여부를 따지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첫 준비기일에서 국회 측은 탄핵심판이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다투는 형사재판으로 탈바꿈되는 것을 우려해 내란죄 여부보다 헌법 위반 사실에 집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도 변호사는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은 것이라면, 소추는 잘못된 것”이라며 내란죄가 아니라면 탄핵 자체도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윤 대통령이 김용현(전 국방장관)과 오래 전부터 계엄을 논의했다는 게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어디까지나 계엄을 논의한 것이지 내란을 논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내란과 계엄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동일시하는 것은 아주 잘못됐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국헌문란을 하기 위해 계엄을 발동한 게 아니라, 국헌문란 세력에 대해 국헌문란 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발동한 것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공직자 탄핵 등 거대야당의 입법 활동이야말로 내란 행위라는 주장을 편 셈이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여야만 탄핵이 가능하다’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징계절차인만큼 형사소송법상 죄 유무와 관계없이 파면 결정이 날 수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도 형사재판이 본격 시작되기도 전 파면된 것도 이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발동한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성립될지 여부는 향후 형사재판에서 가려지게 된다. 내란죄는 국헌문란을 위한 폭동을 일으킨 게 입증되어야 하는데, 검찰은 최근 내란죄 공범인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서 이러한 사실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내란죄를 물고 늘어선 건 ‘계엄은 적법한 통치행위’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및 대의민주주의(헌법 제67조 제1항), 법치국가원칙,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 등 다양한 헌법 조항을 모두 위반해 파면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재판관들은 이날 윤 대통령 측에 ‘국회에 군경을 보낸 이유’를 제출하라고 촉구했지만 ‘추후 답변하겠다’고만 말하면서 시간을 끄는 모습이었다.
☞ “2번, 3번 계엄” “총 쏴서라도”…검찰에 실토한 ‘윤석열의 명령’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271850001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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