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방영한 영상.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옆 아이들이 그의 친자식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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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지난달 31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신년 경축 행사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등장한 아이들에 대해 자녀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북한이 그간 베일 속에 감춰왔던 소위 '백두혈통 4대'의 존재를 드러낸 것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독자적인 리더십 공고화에 기여하는 한편 4대 세습으로 이어지는 후계 구도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 3일 중앙일보의 관련 질의에 "기파악된 김여정 자녀의 연령대를 감안 시 사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이는 김정은의 딸 주애 외에 '백두혈통 4대'의 존재가 추가로 파악되었다는 의미를 가진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김정은의 독자적인 리더십을 구축하는 과정과 연결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청년 장군으로 불렸던 김정은이 독자적인 위상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후대를 중시하는 '어버이'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라며 "김정은이 '지방발전 20×10'이나 인민대중주의 같은 정책을 내놓으면서 청년이나 후대를 유독 강조하는 것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조선중앙TV는 2019년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모습을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김 위원장이 김여정(왼쪽)·조용원(오른쪽) 당 비서와 함께 말을 타고 있는데, 백두혈통인 김 위원장과 김여정이 탄 말에만 별장식이 달려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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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방영한 신년 경축 행사 영상에선 김여정이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여자아이와 함께 나란히 걷는 모습이 포착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2일 이와 관련, "(김여정이 행사에서 아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은) 이례적이며 그 행사가 가족을 동반하는 행사여서 특이하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김여정의 결혼·임신·출산이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 국정원의 관측 등에 따르면 김여정은 최소 두 차례 출산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2015년 4월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다음 달(2015년 5월)쯤 출산할 것으로 추측된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이어 김여정이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참석을 위해 방남했을 때 만삭이었고, 같은 해 출산한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이 김여정의 자녀를 공개한 것이 맞다면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김정은 국무위원장 3대에 이어 4대로 이어지는 북한의 후계 구도까지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있다. 김일성의 동생인 김영주 부주석, 김정일의 동생인 김경희 전 노동당 경공업부장,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이 각각 최고지도자인 백두혈통 혈육의 조력자 역할을 담당했던 것과 같이 이들도 앞으로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린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그의 어머니로 알려진 고용희, 군복 차림으로 그림을 그리는 김정은을 고용희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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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김정일의 정실이 아닌 북송 재일교포 무용수 출신인 셋째 부인 고용희의 자녀라는 이유로 아버지와 떨어져 은둔의 어린 시절을 보낸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잠재된 심리가 작용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자신들과 달리 아이들에게 '백두혈통' 일원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해주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는 가족에 대한 애착, 어린 시절에 가졌던 불안감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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