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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반도체 한계 돌파할 새 금속물질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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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권 아주대 교수, 사이언스에 발표
얇게 만들수록 전기 잘 통하는 새 물질


파이낸셜뉴스

아주대 오일권 교수팀이 개발한 새로운 비정질 준금속 나노 극초박막 물질을 적용한 반도체 소자. 오일권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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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아주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전자공학과 오일권 교수팀이 반도체를 더욱 작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금속 물질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기존에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특별한 금속을 실제로 만들어낸 것이다. 보통 금속은 얇게 만들수록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물질은 정반대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는 마치 물이 얇은 관을 통과할 때 더 빠르게 흐르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물질이 앞으로 더욱 작고 빠른 반도체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진은 이 새로운 물질을 미국 스탠포드대 전자공학과 에릭 팝 교수와 아시르 안티자르 칸 박사와 함께 개발했으며, 3일(한국시간) 글로벌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모든 금속은 비저항(Resistivity) 값을 가진다. 즉 어떤 물질이 전류의 흐름을 얼마나 방해하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간단히 말해 모든 금속이 전기를 흘려보내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수 나노미터(nm) 단위의 극초박막에서는 다른 현상이 나타난다.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줄어듦에 따라, 금속 배선의 선폭도 지속적으로 작아지는데, 이에 현재 개발된 수준의 반도체 소자는 전자가 충돌까지 걸리는 거리인 자유행정거리(EMFP) 보다도 선폭이 작아진 상황에 놓였다. 때문에 미세화된 배선에서는 전자가 부딪칠 확률이 높아지고, 결국 비저항 값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에 반도체 소자의 미세화에 발맞춰 더 낮은 비저항을 갖는 금속 물질을 찾는 것이 산업계와 학계의 화두다.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위상 준금속 물질은 기존 금속들과는 정반대로 극초박막에서 비저항이 오히려 작아진다. 연구진은 "또한 현재 반도체 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호환성이 월등하다"고 설명했다. 성장 온도가 400도 미만의 저온이며, 일반 금속이 가지는 결정질의 단결정이나 다결정 형태의 박막이 아닌, 비정질 형태의 박막임에도 비저항 역행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부분 금속의 경우 비정질이 아닌 결정질 형태가 전자를 수송하기에 용이하고 비저항도 훨씬 낮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반도체 배선 공정에서도 다결정 형태의 금속 박막을 이용하고 있다. 비정질을 결정질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금속 박막을 증착한 후, 고온에서의 열처리 후속 공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물질은 비정질 물질로 별도의 고온 공정이 필요하지 않다. 즉 새로운 준금속 물질은 적은 비용으로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비정질 형태이며 저온 공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반도체 배선 물질에 실제 활용하기 위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두 산을 넘었다는 의미를 가진다.

연구진은 이에 대한 후속 연구로 원자층 증착 공정 기반의 위상 준금속 공정을 개발하는 중이다. 원자층 증착법은 물리 기상 증착법에 비해 원자 단위로 박막의 두께를 조절할 수 있어 미세화에 더 적합하다. 이에 상용화에 더 가까운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오일권 교수는 "그동안 시도된 적 없는 연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물질에 대해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입증해 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개발한 신개념 금속 물질은 한계에 직면한 미래 반도체 기술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미래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할 원천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응용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덧붙였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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