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조문객이 두고 간 인형이 놓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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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닷새째인 2일 오후 1시50분 유가족을 위한 텐트가 마련돼 있는 무안국제공항 청사 2층. 유가족 A씨(62)는 유류품 보관소에서 딸이 들고 온 작은 종이 박스를 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박스 안에는 이번 사고로 숨진 아내의 소지품이 들어 있었다. A씨는 여권과 지폐가 든 아내의 지갑을 가슴에 껴안으며 딸과 함께 흐느꼈다.
항공기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의 유류품을 유가족에게 인도하는 절차가 2일 시작됐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참사 직후부터 수습해 온 유류품을 이날부터 유족에게 인계했다. 유가족 텐트에서 만난 B씨(68)는 유류품 상자를 손에 든 채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아내와 딸을 모두 잃었다. 나 혼자만 남겨졌다”며 “여행 갔던 아내와 딸 대신 돌아온 것은 여권과 지갑뿐”이라며 흐느꼈다. 유가족들은 “유류품에 탄 냄새가 남았다”며 고통스러워했다.
2일 작업자들이 무안공항 참사 현장에서 둔덕에 파묻혀 있던 엔진을 꺼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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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당국은 이날 수백여 점의 유류품 가운데 소유자가 확인된 가방·여권 등 200여 점을 유가족에게 돌려줬다. 소유자가 확인되지 않은 휴대전화와 태블릿 등은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주인을 찾게 된다. “희생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는 증언이 다수 나온 만큼 사고 직전 기내 상황을 알려주는 내용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당국은 이날 우선 직계가족에게만 유류품을 전달했다. 직계가족이 인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제자매, 친척으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수습당국 관계자는 “수사에 필요한 물품을 제외한 유류품들은 모두 인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희생자들이 탑승 전 공항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반환하는 절차도 준비 중이다.
2일 특전사 대원들이 여객기 참사 현장 주변에서 희생자 유류품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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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명 희생자 중 첫 발인도 2일 이뤄졌다. 이날 오전 6시30분 광주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C씨(67)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희생자 중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수습된 C씨는 지난달 30일부터 장례를 치렀다. 발인식엔 고인의 가족들과 지인 30여 명이 참석했다. 고인의 조카가 영정사진을 들고 걸어 나오자 일부는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한 남성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고인을 향해 두 손을 흔들었다. 그는 “더는 이 세상에서 볼 순 없지만 머지않아 하늘에서 다시 만나길 바라며 기도드린다”고 했다.
희생자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공모(65)씨는 친구를 배웅하러 320㎞ 떨어진 경기도 성남시에서 왔다. 공씨는 “불과 며칠 전 둘째 손주가 태어나는 경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갈 줄 몰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C씨는 이번 여행에 고객 3~4개 팀을 인솔한 뒤 광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태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D씨(45)의 운구 행렬은 오후 1시40분 광주 광산구 장례식장에서 출발했다. 발인식에 참석한 타니쌩랏 주한 태국대사는 “화장(火葬)한 유골은 반은 한국에, 반은 태국에 모실 예정”이라고 했다. 고인의 남편은 “(아내는) 착하고 부모님께도 잘하고 내게 부인으로서 정말 최고였다. 그런 여자가 없다”며 “너무 빨리 가서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C씨와 D씨를 포함해 희생자 4명의 발인이 진행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34명의 희생자 시신이 유족에게 인계됐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젯밤 늦게 국과수로부터 추가로 65명의 DNA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며 “순차적으로 유족의 인수 의사를 확인하고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안=최경호·황희규·신혜연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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