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한파 속 수출 증가 1%대 추락
정치불안 지속 땐 국가신인도 흔들
여·야·정 협의체, 추경 편성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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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잠재성장률 2%를 밑돌 뿐 아니라 한국은행(1.9%), 한국개발연구원(KDI·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의 전망치보다도 더 낮다. 통상 정부 전망치는 정책 의지가 반영돼 예측기관에 비해 높은데 이번에는 딴판이다. 이마저 비상계엄사태와 탄핵정국 등 정치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는 전제가 깔렸다. 내수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버팀목이던 수출 증가세도 작년 8.2%에서 올해 1.5%로 뚝 떨어진다고 한다. 한국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터널에 갇히는 게 아닌지 걱정이 크다.
정부가 내수 살리기에 집중하는 건 맞는 방향이다. 기획재정부는 경기방어를 위해 18조원의 공공재원을 투입하고 올해 예산의 67%를 상반기에 쏟아붓기로 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30% 인하와 추가 소비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조치도 동원한다지만 수년째 이어져 온 내수한파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야당이 정부안보다 4조1000억원 줄어든 초유의 감액예산안까지 처리하는 바람에 재정 여력도 한계가 있다.
대외신인도 추락을 막는 게 화급한 과제다.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예산지원과 세제 혜택을 늘리고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한도 확대 등을 통해 달러공급을 늘린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여야의 대립과 국정 공백 등 정치불안이 해소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치적 위험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데 한번 내려가면 다시 올리기 어렵다”고 했다. 눈앞에 닥친 ‘트럼프 리스크’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올해 360조원의 무역금융 공급 등을 통해 통상·무역구조변화에 대응한다지만 이런 정도로는 어림없다. 경제·외교·통상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붕괴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 후 격화될 관세·무역전쟁을 감당하기 힘들다.
정부 힘만으로는 경제위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민·관·정이 힘과 지혜를 모아 총력전을 펴야 할 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1분기 중 경제여건을 재점검하고 필요하면 추가 경기보강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여·야·정은 국정 협의체를 가동해 추가경정예산편성을 포함한 추가 부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반도체법 등 민생·경제법안처리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상생과 통합의 정치가 복원되지 않고는 경제도 민생도 회복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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