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화소 셀카·취업 증명사진 무
안공항 분향소 76개 영정
‘황망한 이별’ 실감하게 해
참사 닷새째인 2일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 제단에는 위패 179개가 가족과 지인 등으로 분류돼 있었다. 위패 옆엔 영정 76개가 서있었다.
황망한 이별에 셀카 사진이나 낮은 화소의 사진이 영정 사진으로 쓰이기도 했다. 영정 사진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로 급하게 배경을 지우다 머리카락 윤곽이 부자연스럽게 처리된 것도 있었다.
사진 속엔 참사와 함께 멈춰버린 희생자들의 미래도 담겨 분향객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 부부 희생자의 영정 사진은 순백의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찍은 웨딩사진이었다. 또 다른 희생자는 단정하게 가르마를 탄 취업용 증명사진을 영정으로 올렸다.
분향객들은 장례지도사의 “일동, 묵념” 소리에 따라 묵념을 한 뒤 영정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돌아선 분향객들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자원봉사자들은 휴지를 뽑아 건넸다.
광주광역시에서 왔다는 송현기씨(77)는 “친구 아들 가족이 변을 당해 분향하러 왔다”면서 “돌아가신 분들의 위패가 너무 많아 친구 아들 가족의 이름을 찾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도 분향객들은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포스트잇 쪽지를 작성했다. 쪽지에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먼 곳에 가셔서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하게 영면하소서” “아픔과 고통, 슬픔과 눈물 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길 진심으로 빈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지난 1일부터 시민들에게 포스트잇을 전하고 있는 이근호씨(66)는 “35년 전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하늘의 별이 된 뒤 슬픔을 간직한 채 살고 있다”며 “슬픈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기 위해 14년 전부터 손편지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전하는 온기가 유가족을 조금이나마 보듬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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