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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어르신, 편히 이용하세요”…제주서 ‘고령친화상점’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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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삼도동에 마트·반찬가게 등 ‘포근가게’ 22곳 운영

메뉴판·출입문 이용 편리…키오스크 대신 대면결제도

경향신문

제주 삼도동의 고령친화상점 ‘포근가게’의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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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시 전농로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 이 가게 앞에는 언제나 빨간 의자 2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이 카페를 운영 중인 송모씨가 거리를 걷는 노인들을 위해 내놓은 의자다. 송씨는 “가게 앞으로 어르신들이 자주 다니시는 것을 보고 잠시 쉬어 가시라고 의자를 내놨다”면서 “그러다가 고령친화상점을 모집한다길래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령의 고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게인 고령친화상점이 제주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2일 제주도와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에 따르면 제주시 삼도동에서 첫 고령친화상점인 ‘포근가게’ 22곳이 선정돼 운영 중이다. 고령친화상점은 어르신들이 보다 편안하게 물건을 구매하거나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가게다.

체크리스트를 보면 출입문은 여닫기 편해야 하며, 출입 때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위험이 없어야 한다. 대기할 때 기다리거나 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 상점 내부 바닥에 장애물, 경사로 있다면 알아보기 쉽게 표시해야 한다. 상품 안내문과 메뉴판, 가격 등은 누구나 알기 쉬운 용어와 글씨로 써야 한다. 무인주문기(키오스크) 이용이 어려운 고령 고객에게는 대면결제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안가영 고령사회연구센터 연구위원은 “고령 고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연령대의 고객이 편리하게 가게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고령 소비자를 비롯한 다양한 어려움을 가진 소비자들을 보다 더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의 첫 고령친화상점 시범사업은 지난해 가이드라인 연구와 개발,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쳐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대상지로는 고령화율이 높으면서도 학교 등이 있어 다양한 연령대가 공존하는 삼도동이 선정됐다.

고령사회연구센터는 지난해 8월부터 해당 지역 100여개 상점을 대상으로 홍보하고 식당과 카페, 반찬가게, 마트, 세탁소, 미용실 등 22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가게에는 노인 12명으로 구성된 ‘어르신 현장 모니터링단’이 방문해 체크리스트와 비교하고 직접 체험하면서 고령친화상점으로서 부족한 점이 있는지 등을 점검했다.

이후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면 비로소 고령친화상점을 의미하는 ‘포근가게’ 현판이 주어진다. 행정에서 미끄러짐 방지 발판, 의자, 돋보기 등 물품도 제공한다.

포근가게는 모든 고객이 쉽고 아늑하게 이용할 수 있는 포근한 가게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고영표 제주도 노인복지과장은 “참여 중인 상점주 대다수가 사업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분위기를 확산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열린 고령친화상점 시범사업 성과공유회에 참여한 상점주들은 “일부러 노인 봉사활동을 다녔는데 이 같은 사업이라면 당연히 참여해야지 싶었다” “사업에 참여하면서 우리 가게의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어르신들이 이용하기 편할지를 더 고민하고, 어르신들의 처지를 더 생각하게 됐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제주도는 올해 예산을 추가 편성해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고 과장은 “관련 예산이 도의회에서 삭감됐으나 추경을 통해 확보하고, 사업을 서귀포시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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