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나를 모릅니다
엄야크 드레이선 지음
아너 베스테르다윈 그림·만화 | 김영진 옮김
주니어RHK | 32쪽 | 1만4000원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험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아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을 것이다. 성인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을 어린아이가 겪는다면 어떨까. 그림책 <우리 할머니는 나를 모릅니다>는 치매로 인해 딸과 손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와 이를 받아들이며 다가가는 가족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어느 여름날 빠르게 달리는 기차 안에서 시작된다. 꼬마 페트라와 그의 엄마는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으로 향한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할머니에게 다가가 본다. 할머니는 두 사람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페트라와 엄마는 궁금하다. 시설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묻는다. 할머니는 낯선 사람에게 말하듯 대답한다. “좋습니다. 불만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엄마는 자신의 엄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엄마, 저예요.” 엉뚱한 대답이 돌아온다. “내 딸은 죽었습니다. 여섯 살 때 물에 빠졌어요.” 막내딸 에마가 물에 빠져 죽은 시점에 할머니 기억은 멈춰 있다.
슬픔도 잠시, 페트라는 노래하기 시작한다. “호산나 요한나. 초원의 요한나. 우리가 함께면 얼마나 좋겠니.” 그러자 할머니는 페트라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싸고 춤추기 시작한다. 할머니로부터 엄마로, 엄마로부터 페트라로 내려져 온 노래다. 할머니는 페트라를 꼭 끌어안고 엄마 볼에 입을 맞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페트라는 엄마에게 말한다. 나중에 엄마가 자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아이가 엄마에게 노래를 불러줄 것이라고. 엄마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벨기에 대표 아동문학가 야크 드레이선이 쓰고 부켄파우상 수상작가 아너 베스테르다윈이 그렸다. 2005년 처음 출간됐다. 이듬해 국내에도 소개됐지만 절판됐다. 이번에 새롭게 복간했다.
세상에 나온 지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3대의 이야기는 여전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세대를 연결하는 따뜻한 순간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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