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변호설까지 돌았던 화제의 로펌 ‘율우’
최근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변호를 한 로펌이 맡는다는 소문이 돌며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바로 법무법인 율우.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인사가 대거 포진해 ‘친윤 로펌’으로 불리는 곳이다. 율우 측은 소문을 곧바로 부인했지만,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 법조계 다수가 ‘정설’로 믿을 정도로 ‘율우 = 친윤’ 이미지가 강하게 박혔다.
율우는 윤 대통령 변호 해프닝 이전에도 서초동에서 최근 가장 ‘핫’한 로펌으로 꼽혔다. 현 정권 아래서 굵직한 정재계 소송을 연달아 수임하며 급속도로 덩치를 키워왔기 때문이다. 특히 ‘세기의 이혼’으로 꼽힌 SK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LG가 세 모녀 상속 소송 등에서 어김없이 율우의 이름이 따라붙었다. 각각 노소영 측, 구연경 측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회장님 킬러’라는 별칭도 붙었다.
율우는 세기의 이혼이라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전에서, 노 관장 측을 대리해 역대급 승리를 이끌어냈다. 사진은 소송을 마친 김기정 율우 대표변호사가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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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설립, 2019년 매출 100억
尹 정권 들어 폭풍 성장 거듭
율우는 2013년 전우정 대표변호사가 주축이 돼 설립했다. 초창기부터 검찰 출신을 적극 영입하며 사세를 불렸다. 지검장까지 지낸 거물급 검찰 전관 인사들이 연달아 합류하면서 ‘전관 로펌’으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9년, 설립 6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넘기며 신흥 강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서초동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로펌으로 불리던 율우는 2020년대 들어 ‘핫루키’로 떠올랐다. 계기는 2가지다. 윤석열 현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 핵심과 인연이 깊은 인사가 포진한 게 알려졌고, 동시에 대형 소송전에서 ‘재벌 킬러’로 떠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율우가 유명해진 시점은 문재인 정권 말기인 2019년부터다. 당시는 수사권 조정, 조국 전 민정수석 수사 등으로 인해 검찰 내 윤 대통령(당시 검찰총장) 라인과 정권의 대립이 극에 달한 때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언론과 유착했다는 혐의의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받는 등 집중 타깃이 됐을 때, 율우가 이들을 변호했다. 이때, 설립 주축 멤버인 전우정, 이상호 대표변호사가 윤 대통령, 한 전 대표와 친분이 있다는 게 알려졌다. 초기에 합류한 김종필 변호사는 한 전 대표와 인연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변호사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한 전 대표를 대리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친윤’계 인사가 더 늘었다. 윤석열 사단 ‘최측근’으로 불리는 조상준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2020년 9월 합류했다. 조 전 실장은 2022년 6월까지 율우 대표변호사를 지냈다. 조 전 실장은 2006년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을 수사할 때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을 때 대검 형사부장을 지냈다. 한동훈 전 대표와 함께 윤 대통령이 가장 신임했던 측근으로 알려졌다. 조 전 실장은 율우 대표변호사로 재직하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변호를 맡았다.
2023년 9월 율우에 합류한 박순배 변호사는 한때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 부장검사 재직 당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윤석열 대통령 장모의 요양 급여 부정 수급 의혹, 정대택 씨가 고발한 윤석열 장모의 소송 사기 혐의 등 수사를 도맡았던 인물이다. 정권에 민감한 사안을 담당한 검사가 친정권 인사가 포진한 로펌으로 적을 옮기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많은 말이 오갔다.
이후 윤석열 정권 아래서 정권과 유착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율우는 승승장구했다. 최근 일어난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 사태 때도, 율우가 윤 대통령 변호를 담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다만, 율우 측은 “윤 대통령 변호를 맡지 않는다”며 이를 부인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정권과의 인연’으로 율우 이름을 알렸다면, 판사 출신 변호사들은 이른바 ‘회장님 킬러’라고 불릴 정도로 재벌가를 상대로 한 소송전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다시 한번 이름을 각인시켰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김기정 대표변호사는 ‘세기의 이혼’이라 불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대리, 승소를 끌어냈다. 1심 패소를 딛고, 1조원 이상의 역대급 규모 재산 분할액을 얻어내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최태원 회장을 대리한 곳이 국내 최고 법률사무소인 ‘김앤장’이란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김 대표변호사의 ‘의리’도 눈길을 끌었다.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로 있을 때부터 노 관장을 대리하던 김 대표변호사는 클라스가 노 관장 2심 변호를 수임하지 않기로 하자, 아예 율우로 자리를 옮기면서까지 사건을 맡았다.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2022년 율우에 합류한 이정민 변호사는 ‘LG가 세 모녀 소송’에서 ‘세 모녀’ 측을 대리하고 있다. 세 모녀 소송 사건은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 부인 김영식 여사와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LG그룹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청구 소송이다. 이 변호사는 구연경 대표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의 대여금 반환 소송까지 진행해 더욱 시선을 끌었다. 이와 관련 국내 4위권 로펌 ‘율촌’과 정면으로 맞붙은 상황이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이정석 대표변호사는, 율우가 굵직한 사건들을 수임하는 데 상당한 공을 세운 인물로 알려졌다. 이 대표변호사는 현재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에서 김앤장, 법무법인 화우와 함께 위메이드를 대리하고 있다. 상대측인 두나무 등 가상자산 거래소들 대리인단에는 법무법인 광장, 세종이 이름을 올렸다. 대형 로펌끼리 벌이는 각축전에 중소형 로펌이 합류한 스토리도 법조계에서 화제가 됐다.
친윤 꼬리표는 이제 부담
‘회장님 킬러’ 행보도 글쎄
다만 율우가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은 행보를 계속 이어가기는 어렵다고 보는 이가 많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로 힘을 잃으면서 ‘친윤’ 꼬리표는 달갑지 않은 낙인이 됐다. 재벌가를 상대로 소송전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부담이다. 소송을 비롯한 송무 업무는 로펌 이름을 알리는 데는 적격이지만, 매출 상승에는 크게 기여를 못한다. 대형 로펌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 자문’이 필수다. 기업과 척지는 소송을 계속 맡으면 자문 업무 수임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율우를 무조건 ‘친윤 로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2024년 7월 김진모 대표변호사 영입이다. 김 대표변호사는 ‘국정원 특활비 불법 수수’ 혐의로 2018년 구속된 전력이 있다. 이때 수사를 지휘한 이가 한동훈 전 대표(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였고 그 위가 윤석열 대통령(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다. 한 전 대표는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대검 정책기획과장으로 재직할 때, 김진모 대표변호사를 2번이나 직속상관으로 모셨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앙금을 털어내고, 잘 해결했다고 하지만, 친윤 라인에 의해 곤욕을 치른 인사다. 율우를 잘 모르는 이가 김 대표변호사 이름을 보면, 율우가 친윤 인사만 포진한 곳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反)기업 로펌이라는 해석에도 선을 긋는 의견이 다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벌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 눈길을 끌었을 뿐, 율우는 기업을 대리한 다른 소송전에도 많이 참여한다. 이미지가 다소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1호 (2025.01.01~2025.0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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