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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사설]‘위험 신호’ 다 무시된 제주항공 참사, 정부 책임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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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주항공 참사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이 2일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에서 로컬라이저 둔덕에 파묻힌 엔진을 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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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공항의 제주항공 참사는 숱한 위험신호를 무시해서 일어났다. 비행기와 충돌한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조류 퇴치에 진즉 신경을 썼더라면, 항공기 정비가 부실하지 않았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라도 대형 인명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많이 지목된 건 항공기 착륙을 돕는 설비인 로컬라이저다. 이 설비는 항공기가 부딪혀도 충격이 없도록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제작돼야 한다. 그런데 무안공항엔 콘크리트판이 매립된 둔덕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됐다. 이 둔덕이 국제기준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에 “여수·포항공항도 마찬가지”라는 국토교통부의 동문서답식 해명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애초 국토부는 “이 둔덕이 규정 위반은 아니다”라고 했다.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가 공항 규정이 적용되는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항·비행장 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을 보면 로컬라이저 지점까지 구역을 연장해야 한다. 정부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라 유사한 구조물이 설치된 다른 지방공항 안전 점검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

무안공항은 철새 서식지와 이동경로 가까운 곳에 건설돼 조류 충돌 발생률(0.09%)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그런데도 조류 예방 시설은 전혀 없고, 조류 퇴치 전담 인력도 단 4명에 불과하다. 사고 당시 야간조 인력 1명과 주간조 인력 1명이 교대 근무했다고 하니, 대형 항공사고를 낳는 ‘조류 안전 불감증’이라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제주항공이 무리한 운항으로 정비 불량이 누적됐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문도 제기됐다. 사고기는 48시간 동안 13차례나 운항했다. 저비용 항공사(LCC)가 수익성을 따지느라, 정비 등 안전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항공 당국의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들은 특정 공항이나 항공사에만 국한된 게 아닐 수 있다. 정부 책임도 크다는 뜻이다. 뒤늦게 전국 공항시설 전수조사에 착수한 국토부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항공사 운항·안전에 대한 감독도 강화돼야 한다. 철저하게 점검하고 확인하면 ‘인재’는 줄일 수 있다. 안전은 곧 국격의 가늠자다. 다시는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 또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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