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로 인해 전국적으로 해넘이와 해돋이 행사가 취소된 가운데 지난 12월31일 오후 충남 태안 안면도 꽃지해변에서 관광객들이 해넘이를 감상하며 새해 소원을 빌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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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민 | 인구·복지팀 기자
연말과 새해엔 ‘신년 운세’를 보려는 사람들로 사주, 신점, 타로점 등 각종 ‘샤머니즘’이 호황을 이룬다. 사람들은 왜 신년 운세를 볼까? 아마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힘들진 않을지 우려되는 불안감과 올해는 바라던 바가 이뤄지길 원하는 기대감이 섞인 심정일 게다. “지난해엔 고생이 많으셨네요. 올해는 더 잘될 겁니다”란 말을 듣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새해 철학관이든 점집이든 찾아가 이렇게 묻는다. “올해는 제 인생이 좀 잘 풀릴까요?”
비슷한 마음으로 종종 철학관을 찾아 신년 운세를 봤다. 지난해 초에도 늘 가던 철학관을 방문해 2024년 운세를 물었다. “평탄합니다. 2024년은 무난하세요.” 찾아갈 때마다 이 사주는 어떻고, 올해 몇월은 어떻고 매번 90분을 넘게 쉬지 않고 풀이하시던 분에게서 웬일로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다 갑자기 “요새 신년 운세를 보러 많이들 오시는데, 대부분 2024년은 평탄하십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올해 운은 전반적으로 평탄한가 봅니다. 그런데 2024년은 국운이 정말 최악이에요”란 말을 꺼냈다. 그때부터 30분간 ‘신년 국운’에 대한 풀이가 시작됐다.
“제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5년치 국운을 쫙 봤어요. 윤석열 정부 동안 대한민국은 뺏기는 운입니다. 이득 보는 것이 없고 손해만 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특히 2024년이 가장 다사다난한 해에요.” 그분의 풀이를 종합하면 대략 이랬다. “개인의 운이 평탄해도 국운이 좋지 않으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당시 풀이를 들을 땐 ‘재밌는 분이시네’ 정도로 생각했다. ‘2024년엔 국회의원 총선도 있는데 다사다난한 건 당연하지 않을까?’란 반발심도 들었다.
이후 까맣게 잊고 있던 2024년 국운 풀이가 문득 떠오른 건 연말이 다 돼서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며, “2024년 국운은 최악”이란 풀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참사’ 소식을 들었을 땐, 끝까지 잔인한 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뿐일까. ‘요새 아프면 안 된다’는 말을 안부처럼 건네야 했던 의료대란, 교실에서 성범죄가 ‘놀이’처럼 일어나던 현실을 드러낸 딥페이크, 노동력 부족으로 ‘이주민을 들이자’ 주장하면서도 안전은 도외시했던 아리셀 공장 화재, ‘정권 심판’ 여론에 역대급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고도 1년 내내 반복됐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수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킨 ‘명태균 게이트’, 이 글에 다 담을 수 없었던 또 다른 많은 일들. 해마다 ‘다사다난’이란 수식어를 붙여 왔지만, 2024년만큼 이 말이 와닿는 해는 없었던 것 같다.
올해는 아직 신년 운세를 보지 않았다. 왠지 신년 운세보다 ‘신년 국운’이 더 궁금해지는 시국이다.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던 내란죄 피의자 대통령이 법조인 경력을 살려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습을 보면, 올해도 나라가 평탄해지긴 어렵겠단 우려가 든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치솟은 환율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본격적으로 개막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를 생각하면 올해가 더 힘들진 않을지 불안해진다. 동시에 ‘올해는 조금이라도 좋아지지 않을까’란 희망도 품게 된다. 그래서 어디든 찾아가 묻고 싶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좀 잘 풀릴까요?”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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