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행·용산 참모들 사퇴 만류에 마음 돌린 듯
정부 내 여전한 갈등의 불씨... 불신 기류 여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025년 새해 첫날인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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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일단 남아있기로 했다. 최 권한대행의 수차례 만류와 용산 참모들의 신중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권한대행의 국정 운영을 보좌해야 할 대통령실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최 대행을 향한 불만이 여전해 양측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참모들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청사로 정상 출근해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었다. 해당 회의는 평소에도 매일 아침 열리는 정례 회의다. 다만 이날 회의는 용산 고위 참모들이 전날 최 권한대행에게 '집단 사표'를 던진 뒤 열린 첫 회의인 만큼 자신들의 향후 거취와 관련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고 한다.
정 비서실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최 권한대행이 자신의 사의는 수용한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실에 더 이상 출근하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도 자신의 사표 수리와 관련된 논란을 먼저 상세히 설명했다. 정 비서실장은 수석들에게 "어제 오전에 최 권한대행이 전화를 해 '비서실장의 사표만 수리하겠다'고 통보했다"며 "다만 최 권한대행이 오후에 세 차례 정도 다시 전화를 해 '오전 결정이 잘못됐다, 미안하다'며 사표 반려를 설득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고위 참모 대부분도 정 비서실장을 향해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통령에 이어 총리까지 탄핵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초유의 상황에서 대통령실 참모들까지 직을 던지면 국정이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비서실장이든, 정책실장이든, 안보실장이든 국정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대통령실 참모들이 수행하는 것"이라며 "갑자기 모든 업무를 인수한 기재부가 모든 걸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하는 참모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 비서실장은 여전히 고심 중이다. 다만 주변의 만류를 감안해 일단 업무를 지속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불만은 가시지 않았다. 정부에서도 최 대행을 향한 불신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아직 사의를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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