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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자폐는 부모 유전자 탓 아냐…암처럼 체세포 돌연변이 영향도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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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정신질환 중에서도 가장 치료가 힘들며 사회적, 의사소통상의 문제, 반복적인 행동과 사고 패턴을 특징으로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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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정신질환 중에서도 가장 치료가 힘들다. 사회적, 의사소통상의 문제, 반복적인 행동과 사고 패턴을 특징으로 한다.

스펙트럼이라는 말처럼 질병 심각성의 편차가 크다. 가벼운 자폐증은 단순히 사회적 신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일 수 있지만, 심각한 경우에는 언어 구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중증인 경우에는 환자는 물론 가족들의 삶의 질까지 크게 영향을 받는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7~12살 아동의 약 2.64%가 ASD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법적으로 등록된 국내 ASD 환자는 2018년 2만6703명에서 2022년 3만7603명으로 약 70%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물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진단도 마찬가지다. 혈액 검사나 뇌 스캔으로 판별할 방법도 없으며, 임상의의 관찰에 의존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뇌에서 발생한 체세포 돌연변이가 자폐증 유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규명해 주목을 받았다. 김일빈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폐증과 뇌 체세포 돌연변이 사이의 연관성 분석’ 연구 논문을 통해 자폐증이 뇌에 발생하는 ‘암’이라는 가정을 증명했다. 국제 저명 학술지인 ‘실험분자의과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실린 논문에 대해 김 교수는 “기존에는 정신질환인 자폐를 ‘암’이라고 가정하고 증명한 연구가 없었다. 이번 연구에서 암을 확인하는 방법론을 정신질환에 적용해서 원인을 규명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향후 항암치료처럼 특정 표적을 치료 타깃으로 정하는 방식을 자폐 치료에 도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연구의 의의를 짚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번 연구는 자폐가 부모에게서 유전되는 생식세포 돌연변이만으로는 발생하기 힘들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실히 했다는 점에서 자폐장애 부모들의 짐을 덜어준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체세포 돌연변이란?

체세포 돌연변이는 말 그대로 체세포에서 발생하는 유전자 변이를 의미한다. 이는 생식세포(정자와 난자)에서 일어나는 생식세포 돌연변이와는 달리,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후손에게 전달하지 않으며, 해당 개인의 몸에만 영향을 미친다. 주로 피부, 간, 폐, 신경세포 등 특정 조직에 국한된다.

그렇다면 이런 체세포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부적 요인으로는 방사선, 자외선, 화학물질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디엔에이(DNA) 손상이 꼽힌다. 내부적으로 세포 분열 중 DNA 복제 오류, 산화 스트레스 등으로 생길 수 있다.

체세포 돌연변이로 생기는 대표적인 질병은 암이다. 종양 억제 유전자나 종양 유발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비정상적인 세포증식이 생길 수 있다. 노화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축적된 체세포 돌연변이 탓에 세포 기능 저하와 조직 퇴화로 이어지면서 발생한다.

김 교수는 뇌 발달 초기에 특정 유전자에서 발생한 체세포 돌연변이가 신경 연결 및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사실 모든 종류의 암은 발생 위치만 다를 뿐 특정 기관의 특정 유전자에서 발생한 결함”이라면서 “우리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의사소통, 사회작용, 행동조절을 관장하는 뇌의 특정 부위에서 발생한 체세포 돌연변이가 자폐장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폐의 원인이 부모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뇌세포가 분화하면서 발달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발생한 돌연변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자폐를 뇌에 발생한 암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명확한 치료 타깃을 정할 수 있나…“유전자 관련 연구 지원 계속돼야”

이번 연구는 자폐 치료법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기존에는 자폐질환의 치료법은 사실상 정립된 바 없다. 증상의 일부 현상을 기존에 사용하던 약물로 조절하는 수준이었다.

김 교수는 “질환의 영향력은 너무나 크지만, 치료법의 개념이 전혀 없었던 것이 자폐 장애다”라며 “다만 이번 연구로 뇌세포에서 생기는 체세포 돌연변이를 치료적 대상으로 제안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기술적인 정밀성이 훨씬 더 보강돼야 하겠지만, 유전자 편집기술 등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폐 정복은 가까워진 것일까? 김 교수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손사래를 쳤다. 자폐장애의 유전적 원인이 아직 완전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암의 경우 거의 모든 암에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유전자가 있다. ‘p53’이라고 불리는 유전자인데, 암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p53 유전자 기능에 결함이 생기면 암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자폐의 경우에는 p53처럼 딱 정해져 있는 유전자가 아니라,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원인 유전자 후보가 있다. 이러한 유전자 중 어떤 유전자가, 어떠한 돌연변이 형태로, 어떤 뇌 영역에서 발생했을 때 자폐의 발생에 얼마 정도 기여할 수 있는지 연구가 이뤄지는 것이 먼저다. 이렇게 정밀한 치료 타깃이 정해진 뒤에야 유전자 편집기술 등 발전된 치료 기술 사용을 검토라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 자폐의 다양한 유전적 요인 중 체세포 돌연변이라는 요소를 규명했으니, 이제 다른 추가적인 유전적 돌연변이 형태를 발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자폐 환자에서 공통분모가 되는 유전적 원인을 선별하는 작업을 후속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김 교수는 이렇게 자폐 연관성 유전자 발굴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경우 빠른 진단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었다. 기존에는 임상가에 의한 관찰로 자폐를 진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유전자 관련 연구가 이어진다면 피 검사 등을 통한 진단도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뇌 조직 관련 연구의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국내에서 연구에 필요한 뇌 조직을 구할 수 없어 국외 기관들에서 사후 뇌 조직을 요청해 유전자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자폐 환자 24명과 정상인 50명의 사후 뇌조직도 공급받았어요. 질병 연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여가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자폐스펙트럼 자녀를 둔 부모에게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자녀가 자폐인 경우 부모들이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유전적 원인이 아이에게 전달됐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죠. 그렇지만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전달되는 이른바 ‘생식세포 돌연변이’만으로는 자폐가 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부모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자폐장애의 경우 심각도에 따라 다르지만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경과가 좋은 만큼 아이의 발달 상태가 정상과 다소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정상적인 발달을 하다가 퇴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이의 발달 과정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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