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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희망의 해야 솟아라'…청주 전통시장 청년상인 고군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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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가 일터로' 건어물 소매업 유상진씨

'어머니 손맛에 자부심' 반찬가게 오호진씨

'노점상에서 바리스타로' 카페업 천주영씨

뉴시스

[청주=뉴시스] 연현철 기자 = 지난해 12월31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종합시장에서 건어물 소매업을 운영하는 유상진씨가 손님들에게 가격을 설명하고 있다. 2025.01.01. yeon082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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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연현철 기자 = "육거리시장에 청춘을 바칠 겁니다!"

'장사의 신(神)'을 꿈꾸는 청년들이 있다. 이들의 무대는 전통시장이다.

2024년 12월 31일, 새해를 하루 앞둔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한편에서 들뜬 목소리로 손님과 가격 흥정 중인 젊은이가 눈에 띈다.

건어물 소매업을 운영하는 유상진(34)씨다. 그는 4년 전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와 함께 시장에 뛰어들었다. 30년 넘게 장터를 지킨 부모님의 장사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다시 떠올려도 평범했던 직장생활에 문제는 없었다. 그저 시장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일념 뿐이었다.

"저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시장은 제게 친숙한 곳이니까 언젠간 다시 돌아와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유씨의 새해 목표는 '전통시장의 부활'이다. 한때 레트로 열풍은 시장의 미래와 희망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시장은 어릴 적 제 놀이터였는데 이젠 우리 가족의 일터가 됐죠. 부모님의 뒤를 이어 제가 시장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시장은 더럽고 냄새난다'는 선입견도 지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주변 상인들과 주기적인 바닥 물청소를 주도하고, 친절로 응대하자며 부추기는 것도 유씨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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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연현철 기자 = 지난해 12월31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종합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오호진씨가 노점을 지키고 있다. 2025.01.01. yeon082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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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초입 노점을 지키는 오호진(31)씨도 청년 사장이다.

오씨는 '어머니의 반찬이 많은 사람들의 밥상에 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로, 사업 확장을 위해 5년 전부터 어머니와 동업을 이어오고 있다.

"저 같은 젊은 사람도 가끔 앓아누울 정도로 시장 일이라는 게 정말 고돼요. 주말이라는 게 없으니까 쉬는 날도 당연히 없고 그런 게 힘들긴 하죠."

이런 고생에도 그를 버티게 하는 건 고생의 곱절에 달하는 보람이다.

"입맛이 없어도 저희 물김치는 드신다는 어르신 환자가 계셨다고 전해 들었어요. 그런데 몇 달 뒤 그 어르신이 퇴원하고 찾아와 '고맙다'고 하시는 거예요. 정말 가슴이 벅찼어요. 이 감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오씨의 낮과 밤은 노점과 창고에 있다. 노점 장사와 반찬 포장이 그의 일과다.

나이 들어가는 어머니를 대신해 손맛을 이어받기 위한 노력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훗날 반찬 공장을 세우는 게 오씨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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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연현철 기자 = 지난해 12월31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종합시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천주영씨가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있다. 2025.01.01. yeon082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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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쪽에 사뭇 다른 분위기의 카페 간판이 눈에 띈다. 천주영(26·여)씨가 운영하는 카페는 시장 상인들로 늘 만석이다. 5평 남짓한 공간은 시장 상인들이 잠시 몸을 녹이고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어르신들의 입맛을 공략한 '주영커피'가 단연 인기다. 커피, 크림, 설탕 조화의 시그니처 커피는 단골 손님들에게는 '둘, 둘, 둘'로 불린다.

"시장 일이 얼마나 험하고 힘들어요. 상인분들이 뜨끈한 어묵 국물보다 달콤한 커피 한 잔이 더 좋다는 말에 보람을 느껴요."

천씨는 20살부터 육거리시장에서 간장, 된장, 누룽지 등을 내다 팔던 노점상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모은 돈으로 꿈꾸던 카페를 차렸다. 저렴한 임대 가격보다 시장 특유의 매력이 천씨를 이곳에 머무르게 했다.

"어릴 적부터 돈을 벌고 싶었어요. 학생 때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죠. 그래서인지 어르신들과 마주하는 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떨 땐 부모님 같고, 어떨 땐 친구 같고 그래요. 제가 이곳에서 벌어가는 건 돈이 아니라 인정(人情) 같아요."

충북 청주지역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인 청주육거리종합시장에는 1200여개 점포가 매일 문을 연다. 3000여명의 상인 중 20~30대 청년층은 30명 안팎에 불과하다.

전체의 1%, 젊음으로 무장한 청년 상인들은 새해에도 희망을 품고 시장을 지킨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n082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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