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이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앞 거리를 걷고 있다. /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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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 시각으로 지난달 31일 기준 그래놀라즈 기업 11곳 가운데 연초 대비 주가가 오른 기업은 스위스 제약사 로슈와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 등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명명한 그래놀라즈는 미 대장주 그룹 M7의 상대적 개념으로 등장한 용어다. 영국 제약사 GSK(G)와 로슈(R),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A),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N),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과 명품업체 LVMH(L),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 SAP와 사노피(S) 등 11개 유럽 기업이 그래놀라즈에 해당한다.
그래놀라즈는 작년 상반기 유럽 증시 돌풍을 주도하며 한국에서도 주목받았다. 당시 유럽 증시는 제조업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는 전망,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에 앞서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할 것이란 기대감 등이 맞물린 덕에 강세를 보였다. 유럽 각국을 대표하는 종목들의 질주에 그래놀라즈를 담은 유로스톡스50지수는 지난해 4월 초 5100포인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유럽 증시가 치솟자 증권가 전문가들은 ‘퀄리티 성장주’라는 사실을 그래놀라즈의 공통점으로 꼽으며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사하게 (유럽 증시에서도) 상반기 내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낮아지면서 퀄리티가 부각했다”며 “유럽은 이익 증가 기대가 상대적으로 낮다. 성장의 희소성이 부각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유럽 대형주가 ‘독과점에 가까운 시장 지배력’을 지녔다는 점도 주목했다. 그는 “살 주식이 많은 미국은 성장성이 더 중요하지만, 유럽의 경우 시장 지배력이 큰 기업의 희소성이 성장성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은 대체로 높은 가격 결정력을 가진다”고 했다.
그러나 잔치는 거기서 그쳤다. 이후 유로존 경기 침체가 지속하고 미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유럽 증시의 투자심리도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2023년을 756.92달러로 마쳤던 ASML 주가는 700달러 아래로 추락했고, 작년 초 450유로를 웃돌던 로레알 주가도 340유로 밑으로 주저앉았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연초보다 오르긴 했으나,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명품·식품 등 소비재 기업 중심인 그래놀라즈 주가는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곧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무역 마찰이 심화할 수 있고, 유럽 내 정치 혼란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가총액 집계 플랫폼 컴퍼니즈마켓캡에 따르면 이미 LVMH 시총 순위는 19위에서 28위로 아홉 계단 추락했다. 네슬레 시총도 20위권에서 50위권으로 밀려났다. 반면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8개는 미국 빅테크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각) ECB는 3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시장에선 ECB가 각종 악재를 우려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스톡스50지수에 대해 “중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트레이딩 차원의 대응이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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