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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유니콘 돋보기] 스타트업과 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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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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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상당기간 적자가 지속된다.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도, 마케팅을 위해서도 자금이 필요하다. 그리고 흑자 전환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시작하는 것보다 생존하고 스케일업을 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스타트업은 회사를 키우는데 필요한 모든 자금을 처음부터 한꺼번에 투자를 받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자금을 조달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패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는 지를 확인하면서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이유이다.

런웨이는 활주로라는 뜻인데, 비행기가 활주로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이륙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스타트업계에서는 현재 보유한 자금이 소진되기까지의 기간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즉, 런웨이는 스타트업의 생존 가능 기간을 말한다.

예를 들어, 런웨이가 6개월이란 말은, 6개월 후에는 회사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문을 닫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런웨이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자금을 너무 빨리 소진하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위험에 처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천천히 사용하면 성장 속도가 더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적정 수준의 런웨이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비행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활주로가 필요하다.

활주로의 길이는 비행기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을 키우고 성공적인 엑시트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금액과 자금의 소진속도는 스타트업의 비즈니스모델과 어느 단계인 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요즘과 같이 투자시장이 경색되면 목표대로 회사가 잘 성장하고 있더라도 다음 라운드에서 자금을 확보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런웨이가 갑자기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런웨이를 최대한 늘리려고 한다. 일단 사람과 비용을 줄이고 연구개발을 중단하고 신규사업을 접고, 살고 봐야 한다. 버텨야 한다 등 전무가들의 조언도 쏟아진다.

런웨이를 늘리기 위해서는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거나 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매출이 미미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거나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신규사업이나 연구개발을 축소하게 된다. 그러면 회사의 미래가치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대상에서 멀어지게 된다.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편 투자자들은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그래서 요즘과 같이 대박을 기대할만한 엑시트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굳이 리스크를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관망하면서 소극적으로 최소한의 투자만 하려고 한다. 투자를 하더라도 계약서에 과거에 비해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헤지(hedge) 할 수 있는 조항을 추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플라이 투 퀄리티(Flight To Quality)전략을 추구하는 것이다. 플라이 투 퀄리티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투자업계에서 쓰는 표현으로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의 투자’ 혹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의미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인다는 의미다.

글로벌 투자회사 니드햄의 수석전략가인 로라 마틴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플라이트 투 퀄리티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래서 벤처캐피털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고, 투자를 하더라도 큰 금액이 필요한 시리즈 C이상의 후기 투자는 최소화하고 적은 금액이 투입되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 비중을 늘린다.

밸류에이션을 최대한 낮추고, 신규투자보다는 기존에 투자했던 기업 중에서 실적이 좋고 위험성이 낮아 보이는 회사에 대한 추가투자에 집중한다. 또한 평소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투자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계약서에 회사 청산시에는 최우선으로 변제 받을 수 있는 다운사이드 프로텍션(투자자 보호조항) 조항을 강화한다. 불확실성이 크고 현금 소진이 빠른 첨단기술 스타트업보다는 비교적 안정된 유통플랫폼이나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투자를 선호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벤처투자자는 스타트업에게 생존전략을 주문한다. 수익성 강화를 위한 비즈니스모델로의 피벗(pivot), 기존 제품의 경쟁력 강화, 효율적 예산 관리,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상황별 시나리오 플래닝, 투명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체계 구축 등 새로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회피성향은 단기적으로 예상되는 손실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안전자산에 대한 과대평가, 기회비용의 손실 등으로 성장동력을 상실하며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한다.

투자자와는 달리 스타트업은 오히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현재의 승자를 뒤로 하고 또 다른 영웅으로 태어나게 된다.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혁신기업들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며 그렇게 등장했다. 어떤 상황이 와도 결국 뛰어난 기업은 성공하고 부족한 기업은 실패한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 스타트업도 위기의 파도를 헤쳐 나갈 때 비로소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짧은 활주로에서도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는 위대한 스타트업의 탄생을 기대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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