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대한민국’ 다짐했건만 여전히 갈 길 멀어
━
저비용 항공 운영 및 안전관리 제대로 감독해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나흘째를 맞았다. 1일 오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미국합동조사단이 로컬라이저(착륙유도시설)가 설치돼 있는 둔덕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의 원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항과 항공사 안전규정을 둘러싸고 다양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된 건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안테나 시설인 ‘로컬라이저’였다. 이게 흙으로 덮인 콘크리트 구조물이어서 사고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항공기와 충돌하면 쉽게 부서지도록 로컬라이저를 설치한 외국 공항 사례와도 너무 달랐다.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된 건 최악의 공항 설계라는 해외 항공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국토교통부는 “규정상 문제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규정에 맞는지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진즉에 그랬어야 했다.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어 관련 안전기준이나 설치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주장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종단안전구역이 국제기준의 최소 의무기준은 충족하지만 권고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 아닌가. 대형 참사가 났다는 것 자체가 안전기준에 뭔가 구멍이 있다는 방증이다. 항공 당국은 콘크리트 방식의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다른 지방공항의 안전점검부터 당장 시작해야 한다.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발생률이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가장 높은 무안공항에는 조류 탐지 레이더도, 열화상 탐지기도 없었다. 게다가 지방공항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리더십 부재 상태였다. 사장은 8개월째 공석이다. 전문성이 필요한 공항공사에 낙하산 인사를 꽂은 건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항공 당국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저비용 항공사(LCC)의 운영과 안전관리 실태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지역마다 허가를 남발해 9곳이나 생긴 저비용 항공사들이 원래 목적대로 지역주민과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는지 따져보기 바란다. 수익성을 좇아 일본·중국·동남아 등 인기 노선 운항을 늘리면서 정작 국내 지역 운항편은 줄였다는 불만이 나온 지도 오래다. 더 중요한 건 수익성을 따지느라 정비 등 안전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항공기는 48시간 동안 13차례나 운항했지만 정비는 최소 요구 수준만 충족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무리한 운항과 부실 정비는 없는지 제대로 감독해야 한다.
항공기를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 소속 항공안전감독관 인력도 크게 부족하다고 한다. 이번 기회를 항공안전 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정부도, 국민도 굳게 다짐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하다.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