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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극한의 우주서 실시간 영상 처리, 세계 첫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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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인사이드] [16] 위성 전문 기업 ‘텔레픽스’

조선일보

서울 여의도 텔레픽스 사옥에서 조성익 대표가 자체 개발한 인공위성용 미니 컴퓨터 ‘테트라플렉스’를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텔레픽스는 위성 탑재체부터 위성 정보 분석 등 기술을 보유한 위성 설루션 기업이다. 기존 위성보다 두 배 넓은 지역을 관측할 수 있는 광학 탑재체 ‘슈에뜨’와 블루카본을 모니터링하는 세계 최초 위성 ‘블루본’ 등을 개발했다.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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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스페이스X의 우주 발사체 팰컨9이 미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됐다. 팰컨9에 실린 화물은 국내 인공위성 전문 스타트업 텔레픽스의 ‘테트라플렉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담은 테트라플렉스는 597㎞ 고도를 돌며 우주에서 수집한 정보를 처리하는 일종의 고성능 ‘미니컴퓨터’다. 위성이 찍은 영상 데이터를 지상으로 보내지 않고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되면 한 장의 사진을 지상으로 전송하는 시간도 기존 6분에서 11초로 30배 이상 단축할 수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만난 조성익 텔레픽스 대표는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운영할 수 있는 실시간 영상 처리 설루션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한국해양연구원에서 국내 최초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 1, 2호 개발에 참여한 위성 전문가다. 프랑스와 미국 등에서 여러 민간 우주 기업이 등장하면서 민간 우주 기업의 가능성을 보고 국가 지원 사업으로 유지되던 텔레픽스를 2021년 인수했다. 이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위성 탑재 카메라를 개발한 김성희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원장을 지낸 박영제 최고연구책임자(CRO) 등 핵심 인재를 영입하며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위성 개발부터 운용까지 가능

텔레픽스는 위성 제조부터 데이터 처리 및 활용 설루션까지 갖춘 위성 전문 기업이다. 이 중에서도 위성의 ‘눈’이라 할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와 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 전처리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고해상도 카메라 분야에서는 미국 민간 우주 기업 플래닛랩스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초소형 큐브위성용 고해상도 카메라 개발에 성공했다. 작은 인공위성일수록 넣을 수 있는 카메라의 크기가 작아져 초점 조절이 어려워지는데, 독자 기술을 적용한 초점 조절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텔레픽스는 독일 민간 우주 기업과 약 2000만달러 규모의 판매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세 개의 비구면 반사경을 이용한 광시야 카메라(TMA)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인공위성의 관측 폭은 10㎞ 정도여서 폭이 20㎞인 서울의 인공위성 사진을 찍으려면 서울 상공을 두 번 지나가야 한다. 텔레픽스가 개발한 광시야 카메라는 한 번에 24㎞를 찍을 수 있어 위성 두 대 이상 수준의 넓은 영역을 한 번에 관측할 수 있다.

기술을 인정받은 텔레픽스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함께 지난해부터 금성 대기 관측을 위한 국산 위성 탑재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조 대표는 “금성은 평균 온도가 467℃도에 달할 정도로 뜨겁다”며 “금성 온도가 뜨거워진 비밀을 풀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 활용한 서비스 개시

텔레픽스는 인공위성으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분석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각국 주요 항만을 촬영한 위성 영상을 토대로 원자재 종류와 저장량 등 정보를 글로벌 증권가에 제공하는 ‘메탈스코프’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초소형 위성 ‘블루본’을 발사해 해조류 등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인 ‘블루카본’을 관측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조 대표는 “폴란드 민간 우주 기업과 블루본 위성 관측 데이터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에도 관련 수출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텔레픽스는 대전에 200평 규모의 차세대 위성 탑재체 개발 시설 ‘스페이스랩’을 개소해 위성 및 위성 탑재체 생산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위성 제작을 위한 초정밀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과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 대표는 “자체 생산한 초정밀 망원경 부품의 유럽과 미국 수출을 앞두고 있다”며 “신사업을 통한 매출 다변화로 내후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규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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