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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꼬마 가수 이수연 “항상 씩씩하게 노래합니다! 아빠 계신 곳까지 들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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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 3′ 출신 이수연의 ‘나와 아버지’

유치원 때 돌아가신 뒤 친구들에게도 말 못해

용기 낸 ’사부곡’...시청자 울린 11세 ‘작은 거인’

재작년 ‘미스트롯 3′(2023년 12월~2024년 3월) 첫 무대에서 전국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 꼬마 가수 이수연(11)양이 최근 앨범을 내고 본격 가수로 데뷔했다. 1년여 만에 만난 소녀는 아홉 살 꼬마 시절에 비해 훌쩍 자라 있었다. ‘아빠가 흐뭇해하실 것’이라는 댓글을 가장 좋아했다는 그는 요즘도 노래할 때면 “아빠가 듣고 계실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수연은 ‘미스트롯 3′ 마스터(심사위원) 예심 첫 무대에서 황민호의 ‘울 아버지’(2023)를 불렀다. 그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불렀다”며 울음을 꾹꾹 참아가며 노래하는 동안 오열한 건 시청자들이었다. 이 노래는 방송 후 닷새 만에 TV조선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200만뷰를 넘기며 화제가 됐다. 이수연은 예심에서 올하트(만점)를 받은 이후 본심 1차 팀 경연에서 탈락했지만, 시청자들은 그를 잊지 않았다.

경북 경주 출신인 이수연은 미스트롯 참가 당시 ‘나에게 미스트롯은’이란 질문에 ‘꿈을 이룰 기회를 열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방송 이후 매우 바빠졌다. 지난해 10월 KBS 아침마당 ‘도전! 꿈의 무대’ 신동 특집 대상, 11월 KBS ‘불후의 명곡’ 우승 등 각종 경연 1위에 올랐고, 28일 방송된 SBS ‘트롯대전’에선 남진·심수봉·설운도 등과 함께 최연소 가수로 나서기도 했다. 요즘 피아노와 장구 배우기에 푹 빠졌다는 이수연은 지난달 27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얼마 전 유튜브에서 조용필 선생님의 ‘한오백년’을 듣고 완전히 반해 버렸다”면서 “실력을 많이 쌓아서 언젠가 꼭 불러보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조선일보

미스트롯 3에 출연했던 초등가수 가수 이수연이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각종 댓글 등으로 응원해주신 시청자와 독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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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부재(不在)가 ‘미스트롯 3′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는데.

“원래는 공개 안 하려고 했다. 유치원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친구들한테도 말 안 했다. ‘아빠 없는 애’라고 놀림받고 왕따당할까 봐, 항상 참으면서 살았다. 그래도 가수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용기를 갖자고 생각했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 속 모습이 너무 예뻐서 더 슬펐다.

“처음에는 아빠 얼굴을 마음대로 내보내도 될까, 아빠와의 추억인데 그걸 다 공개해도 될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간 비밀로 해왔는데 다들 놀랄까 봐, 혹은 놀림받을지도 몰라서 무섭기도 했다. 할머니와 상의하고 고민 끝에 보내드렸다. 세상에 비밀이 어딨겠나.”

-노래하면 매번 칭찬받다가, 탈락해서 실망이 컸을 것 같다.

“실력이 부족하니까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해서 혹시 ‘미스트롯 4′를 하게 되면 나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수연양에게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나.

“인생에 없어선 안 될 존재. 아버지가 카페를 하셨는데, 쉴 시간도 없이 바쁘신 중에도 내가 놀아달라고 하면 바로 개구쟁이 아빠로 바뀌어서 놀아주셨다. 제 곁에 항상 계실 줄 알았다.”

-수연양이 용기 내준 덕분에 위로를 받는다는 분도 많다.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아빠가 하늘에서 흐뭇해하실 거다’ ‘우리 수연이가 최고다라고 말씀해 주실 거다’라는 댓글이 진짜 많이 달렸다. 그게 제일 마음에 와닿아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아버지에 대한(잃은) 슬픔을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서다.”

-아버지한테 ‘어떤 수연이가 되겠다’ 하고 다짐하는 게 있나.

“다짐이라기보다는, 아빠 살아 계실 때 이렇게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셨으면 아빠가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조선일보

최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11세 트로트 가수 이수연이 "아버지 살아계셨을 때 노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나중에 팬분들이 더 많이 생기면 생일을 맞아 작은 규모라도 팬분들과 함께 모여 퀴즈도 풀고 노래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새해 소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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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떠오를 때는 어떻게 하나.

“방에 혼자 있을 때 아빠한테 혼잣말을 한다. ‘나 잘 있어’ 하고. 근데 옛날에는 아빠가 매일매일 꿈에 나오셨는데, 요즘엔 잘 안 나오신다. 그래서 좀 슬픈 것도 있다. 그래서 아빠 들으시라고 더 노래하는 거 같기도 하다.”

-지난 11월 ‘이수연’이라는 이름을 달고 데뷔 앨범도 냈다. 가수를 꿈꾸셨다던 할머니의 소원도 이루어 드렸다. 요즘은 할머니가 뭐라고 해주시나.

“‘피곤하면 쉬어’라고 하신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내게 부모님이다. 경주에서 서울 오가느라 힘드실 텐데도 다 챙겨주신다. 당신들 필요한 것도 하나도 안 사시고 저한테 다 내어주신다. 재밌는 건 두 분이 취향이 다르신 건지, 할아버지는 제 신곡 중 신나는 ‘놀아보세’를, 할머니는 국악 느낌의 ‘할매국시’가 더 좋다며 서로 애정을 표현해 주신다. 좋은 노래 많이 불러서 두 분이 더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

-이수연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수연은 항상 씩씩하다’ ‘이수연은 노래 잘한다!’(웃음). 앞으로 보육원 아이들이나, 자녀와 떨어져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께 기부 봉사하고 싶다. 제 슬픔에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셨듯이 저도 노래로 공감하고 보답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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