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에 원달러 1500원대 육박
에너지 수입가 올라… "정치가 되레 민생 발목"
1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구원은 최근 상승한 원달러 환율로 인해 석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단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 비율은 99.9%에 달한다.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이 에너지 수급(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작아도 가격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서울 등 중부지방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지난달 27일 서울 도심 건물에서 난방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환율 급등으로 에너지 비용 상승”
연구원은 “국내 석유시장은 국제 시장의 수요와 공급, 지정학적 리스크 등 국내보다는 외부 충격에 주로 반응한다”며 “기업들은 주로 1년 이상 장기계약 방식으로 원유 도입 계약을 체결해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에 따른 시장 (공급)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하루 평균 약 27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어 환율 상승은 국내 석유시장에 일정 수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업들의 원유거래 방식 중 하나인 현물계약(즉시 사고 파는 계약)은 장기계약에 비해 환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송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원유 구매 후 정제 과정까지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되기에 환율 변화는 시차를 두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스 시장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이고 구조화된 계약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공급 자체는 문제가 없어도, 가격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원은 “환율 급등에 따른 LNG(액화천연가스) 도입비용 상승은 가스 소비자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늘릴 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생산 비용을 늘리는 등 간접적인 파급 효과가 초래된다”며 “한국은 겨울철에 LNG 수요가 급증하는데 한국가스공사는 이 시기에 현물시장을 통해 상당한 물량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기준 국내 LNG 수입 중 약 33%가 현물 거래를 통해 이뤄졌고, 그 중 38%가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철에 집중됐다”며 “겨울철 수요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현물시장을 통한 조달 전략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러한 조달 체계로 인해 가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며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
◆해외투자은행, 산업硏 “올해 고환율 지속”
에너지 수입 부담을 늘리는 고환율이 올해 9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경제적 여파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일 계엄선포 이후 13일까지 시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 등 해외 투자은행들은 원달러 환율을 내년 1분기 1435원, 2분기 1440원, 3분기 1445원으로 전망했다. 환율 강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BNP파리바와 노무라은행은 올해 3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각각 1445원, 1500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도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같은 달러 강세 요인,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과 같은 리스크로 인해 미 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올해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의원은 “고환율로 인해 국제 에너지값 하락에도 국내 에너지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는 에너지 투입이 많은 산업 부문의 설비투자 위축과 수입 원자재값 상승으로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며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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