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변호사
사고와 인과관계 없으면 처벌못해
최소한의 예방조치 있어야 면책돼
2022년 2월 자동차부품제조회사인 A회사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플라스틱 소재의 수공구가 압축성형기에 끼여 압착되다 튕겨 나오면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머리에 부딪쳐 이 근로자가 사망한 사고였다.
이 사건과 관련해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지난해 12월 A회사 대표이사 등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판결 이전에도 지난해 10월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 부칙의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여부에 따른 법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사안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이행에 관하여는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즉, 이번에 선고된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판결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첫 사례인 것이다.
이 사건의 사고는 A회사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 의하여 발생하였다. 협력업체 근로자는 압축성형기에 원재료를 투입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재료가 잘 투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작업표준에 없는 수공구를 원재료를 두드려 투입하는 용도로 사용하였다. 문제는 작업자가 사용하던 수공구를 실수로 설비 내에 둔 채 옆의 설비로 작업을 위하여 이동한 데서 비롯됐다.
설비에 둔 수공구는 설비 내부의 압축 진공 체임버로 빨려 들어갔고, 진공 체임버 내에서 압착되다가 설비 밖으로 튕겨 나갔다. 튕겨 나간 수공구가 약 7m 거리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같은 협력업체 소속의 다른 근로자 이마를 강타하였고, 그 자리에서 쓰러진 근로자는 치료를 받던 중에 결국 사망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 사고가 합리적으로 예견하기 어려운 사고라고 보았다. 사고가 발생한 압축성형기는 200톤의 압력과 180도의 고온으로 작동하는 기계인데, 이러한 조건에서 끼여들어간 물체가 녹거나 부서지지 않고 압착되다가 튕겨져 나올 것을 예상하기란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그러한 소재의 물체가 얼마나 더 존재하는지에 관한 증명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문제된 수공구가 작업표준에서 정하지 않은 도구임에도 작업자가 임의로 관리자들 모르게 사용하였기에 협력업체의 사업주나 A회사 측에서 그러한 도구의 사용 자체도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설령 이들이 수공구의 사용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자체가 워낙 이례적이어서 그러한 사고의 위험에 대비한 안전조치를 할 수도 없었다고 보았다.
한편 법원은, A회사의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 확보의무 중에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와 안전관리자 배치 의무는 이행하였지만 안전보건 전담조직 구성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럼에도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도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사고가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두지 않아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처벌 대상이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중대재해처벌법령에 따른 의무를 온전히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그러한 미이행이 중대재해 발생의 원인이 되었어야 처벌 대상이 된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비록 안전보건 전담조직은 설치되지 않았지만, 법정 기준에 따라 배치된 안전관리자가 사업장 순회 점검을 통하여 유해·위험 요인을 수시로 점검하였음에도 수공구의 사용이나 그로 인한 위험요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 안전보건 전담조직이 있었다고 하여 이러한 사정이 달라지지는 않았으리라고 본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자체가 예견하기 어려운 사고라는 점도 전제되었다.
이와 같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의무 이행에 비록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인과관계가 부정되려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보건 조치는 실시되어야 한다.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 조치가 실시되어야 그러한 범위를 넘어서는 사고에 대하여는 면책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무죄의 결과보다도 오히려 이와 같이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보건 조치의 중요성에 있다고 본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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