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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어렵게 한의사 됐는데” 개업하자마자 빚더미…수십명이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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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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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이젠 병의원도 프랜차이즈 시대?”

같은 이름을 쓰고 진료기술이나 마케팅 등을 공유하는 이른바 ‘네트워크 병의원’이 늘고 있다. 상표, 영업, 마케팅 등 병원 경영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받는다는 점에서 특히 초년생 개원의들이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같은 네트워크 병원들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 형태는 가맹사업점과 유사하지만, 정부는 이를 가맹사업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재량 해석해온 상태. 그러다보니 본사 지시로 대출 받았다가 졸지에 ‘사기 공범’이 된 한의사까지 속출했다.

피해를 본 이들 대부분이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의료인이란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본사 지시로 대출받았는데”…사기 공범 된 청년 한의사들
일종의 프랜차이즈처럼 운영하는 병의원들은 일단 현행 의료법 내에 있다. 의료법에서 ‘의료행위’를 제외하고 의료기관 경영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경영지원회사(MSO)의 개설 및 운영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표, 영업, 마케팅 방식 등을 지원하고 본사의 지시나 통제를 받는 형태로 운영된다. 정확한 용어도 없다보니, 통상 ‘네트워크 병원’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사실상 프랜차이즈처럼 운영되지만, 가맹사업법 적용을 받지 않는 데에 있다. 갑을관계가 형성돼 각종 문제가 발생해도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는 셈이다.

실제 대표적인 게네트워크 한의원 광덕안정 사례다. MSO인 ㈜광덕안정은 ‘광덕안정 한의원’이라는 브랜드로 청년 한의사들을 모집, 전국 40여개의 지점을 개설했다. ㈜광덕안정은 신용보증기금을 속여 259억원 상당의 신용보증기금보증서를 받게 했고, 개원 의사들에게 대출 보증심사 담당 직원 면담에서 할 거짓말까지 사전 교육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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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피해를 호소하는 한의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전형적인 프랜차이즈 사업 내의 문제점들이 엿보인다. 이들은 개별 한의사들이 5억~10억원의 대출을 받도록 주선하고 대출금 전액은 개원컨설팅 용역비로 ㈜광덕안정에 입금하도록 한 후, 본사가 정한 입지에 인테리어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본사 명의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개별 한의사들과는 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한의원들은 실제 광고비 지출 내역 등을 확인하지도 못한 채, 월 매출의 16.5%라는 가맹수수료를 매월 지급하면서 ㈜광덕안정 본사가 지정하는 약제와 각종 물품을 사용해야만 했다.

피해 한의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네트워크 병원의 행태가 가맹사업법 위반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이를 ‘각하’ 처리했다. 가맹사업본부로까지 보기에 어렵고, 가맹사업법 적용을 할 수 없단 이유에서다.

피해는 고스란히 초기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 의사들의 몫인 것이다. 초기 비용과 매월 발생하는 고액의 수수료를 부담하는 데 따르는 의료 서비스의 질 하락, 과잉 진료 등 우려는 환자들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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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위의 입장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네트워크 병의원의 불공정거래행위는 가맹사업법 요건 충족 시 가맹사업법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등으로 규율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어 “구체적인 사건이 접수되면 가맹사업 요건 충족여부 등에 대한 검토를 거친 후 적절한 법령을 적용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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