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쾅쾅쾅 소리 나 영상 찍어”
일각 “자작극-北 공작” 음모론 퍼뜨려
“보상금 타려 공항에 진 치고 있어”
희생자-유족 모욕 글도… 경찰 수사
● 사고 둘러싼 음모론 확산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29일 이후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는 관련 허위 정보가 퍼지고 있다. 일부 유튜버들은 ‘이번 사고는 정치 세력의 자작극’이라며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언론에 인용된 사고 순간 영상을 촬영한 시민에 대해서는 “미리 사고가 날 것을 알고 사전에 섭외했다”는 식의 의혹이 퍼지고 있다. 이 유튜버들은 긴박한 사고 상황에서도 영상이 매우 차분하게 촬영됐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소문을 퍼뜨렸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해당 영상을 촬영한 이근영 씨(48)와의 31일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물었다. 그는 “운영하는 가게가 공항과 활주로 근처라 비행기가 오가는 모습을 매일같이 본다”며 “그날(사고 당일)은 ‘쾅쾅쾅’ 소리가 들려 가게 밖으로 나가봤다”고 말했다. 공항 주변의 다른 목격자들도 사고 직전 상공에서 비행 중이던 비행기에서 쾅쾅 소리가 났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씨는 “비행기가 평소와 반대 방향으로 착륙하길래 이상해서 영상을 찍기 시작했는데 얼마 뒤 사고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 씨가 찍은 영상을 언론이 인용 보도한 뒤 그는 “사전에 모의한 것 아니냐”는 등 협박 전화에 시달렸다. 이 씨는 “이런 허위 정보들은 사고 피해 회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당국이 엄중히 대처해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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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 비행기 기종, 당시 기장 등을 둘러싼 허위 정보도 확산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선 “무안공항 직원이 몇 년 전 일부러 둔덕을 단단하게 지었다. 태풍이 올 때마다 둔덕을 다시 지어야 하는 게 싫어서 그랬다가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는 소문이 돌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문제의 둔덕은 2007년 공항 개항 당시부터 존재했다.
여성에 대한 혐오를 담은 허위 정보도 퍼졌다. 한 커뮤니티에는 ‘사고 여객기의 기장이 여자였다’, ‘여자 기장이 새 떼를 보고 패닉에 빠졌다’, ‘기장이 여자라 랜딩 기어(바퀴) 안 나온 걸 몰랐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졌다. 제주항공은 사고 여객기의 기장, 부기장이 모두 남성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유족 모욕 글도… 경찰, 수사 착수
현재 무안공항에 머물고 있는 유족들을 모욕하는 글도 여럿 있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유족들이 보상금을 타기 위해 일부러 공항에 진을 치고 있다’, ‘유족들이 항공사를 망하게 하고 있다’ 등의 글이 확산 중이다. 이에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희생자와 유가족을 겨냥한 모욕성 게시글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다고 31일 밝혔다. 유족 측 박철 변호사도 이날 “유족 및 피해자에 대한 허위 사실 등은 실시간 모니터링 뒤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난 상황에서 이러한 악의성 허위 정보, 음모론은 국가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허위 정보일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 ‘뉴스’라는 형식을 빌려서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확산하는 것이 문제”라며 “악성 허위 정보는 유포가 빨라 피해자 및 유족은 물론이고 대국민적으로 패닉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극적으로 조작된 정보는 수용자의 뇌리에 깊게 남아 집단적 트라우마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음모론 및 허위 정보로 인한 후폭풍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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